할리우드의 ‘멜로 퀸’으로 불리는 배우 레이철 맥애덤스(34).
그가 ‘노트북’(2004), ‘시간여행자의 아내’(2009)에 이어 자신의 순애보 영화 리스트에 오를 영화 한 편을 찍었다. 14일 개봉한 ‘서약’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교통사고로 남편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생면부지의 남자가 돼버린 남편과 다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렸다.
조각가인 페이지(맥애덤스)는 남편 레오(채닝 테이텀)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최근 5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페이지의 기억은 남편을 만나기 전 법대에 다니며 다른 남자와 약혼했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사랑했던 추억을 잃어버린 페이지에게 남편은 낯선 남자일 뿐.
그는 결국 결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편의 곁을 떠난다. 영화는 올해 북미 개봉작 중 처음으로 누적 수익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돌파했다. 맥애덤스는 e-메일 인터뷰에서 “남편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 둘 사이에 희망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했나.
“믿겨지지 않을 만큼 특별한 이야기여서 끌렸다. ‘페이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감정이 확확 바뀐다. 뇌 손상·기억상실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 부부를 만나 얘기도 들었다.”
-정말 지난 5년간의 기억을 잃게 된다면.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5년간 소중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소중한 추억이 사라지는 건 상상만 해도 슬프다. 난 소소한 일도 다 기억하는 편이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나.
“이 영화를 찍으며 믿게 됐다. 사람은 기억이 90% 이상 사라져도 원래 자신이 살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사랑도 그처럼 길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조각가를 연기했는데, 실제로도 창의적인 편인가.
“어렸을 땐 정말 선머슴 같았다. 몸으로 하는 일을 좋아했다. 손에 흙 묻히며 화단 가꾸는 걸 좋아했는데, 이것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웃음)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고 들었다.
“스케이팅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 길은 아니었다. 사실 링크에서 많이 떨었고 병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연기로 전공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내 선택을 지지해줬다.”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스케이팅할 때는 내 자신을 억누르는 긴장감을 느꼈지만, 연기할 때는 자유로움과 함께 어떤 추진력을 받는 느낌이었다. 연기가 내 자신을 표현할 출구였다.”
-로맨스 영화를 보며 잘 우는 편인가.
“눈물이 많다. 그리고 의외의 장면에서 운다. 비행기에서도 눈물이 자주 난다. 비행기에서 테러를 당하는 영화(나이트 플라이트, 2005)에 출연한 이후 비행기가 무서워졌다. 무서워서 우는 걸지도 모르겠다.”(웃음)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 출연했다. 우디 앨런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에 대해 많은 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자지러진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아직도 캐나다 토론토에 사나.
“그렇다. 작고 조용한 우리 동네가 좋다. 주민들간의 정도 깊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걸 즐긴다. 한번도 차를 산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