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전망

중앙일보

입력

정규시즌 종합 1-2위인 현대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현대는 정규시즌 초반부터 멀찌감치 앞서 달리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했다. 쇼트트랙으로 따지면 한바퀴 이상의 격차였다. 게다가 플레이오프에서도 4연승으로 삼성을 일축했다. 한마디로 순풍에 돛단 형국이었다.

두산은 이에 반해 정규시즌 막판까지 삼성과 리그2위 다툼을 벌였고, 플레이오프에서도 LG에 1승2패로 몰리는 등 총력전을 계속했다. 체력이 소진된 단점이 있지만 집중력 있는 경기를 많이 하면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 소득.

짜임새 있는 전력을 갖춘 두 팀인 만큼 승부는 6차전 이상 이어지는 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부문별 전력을 비교하며 한국시리즈를 전망한다.

1. 투수

정민태-김수경-임선동으로 이어지는 현대의 선발트리오는 정규시즌 막판 손을 꼭 잡은 채 더도 덜도 아닌 18승씩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의 영광을 함께 누렸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실패 없이 정민태가 2승을, 김과 임이 각각 1승씩을 책임졌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현대는 이른바 '정-수-동'트리오의 활약에 우승여부가 달려있다. 하지만 이들은 생사를 같이해온 만큼 1명이 무너지면 동반 추락의 가능성이 있어 1차전 선발인 정민태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다. 두산과 정규시즌 5차례 대결에서 2승2패 방어율 3.89를 기록하며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대 벤치의 몇 안 되는 고민중의 하나다.

두산은 조계현-구자운-진필중의 선발진으로 맞선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조계현과 95시즌 우승의 주역이던 진필중의 선발전환, 여기에 젊은 어깨 구자운이 가세하는 노장-중견-신인의 삼색편대(三色編隊)다.

힘과 무게에서 현대가 앞서지만 진필중의 회복여부에 따라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불펜은 두산이 다소 우위다. 위재영(현대)과 박명환(두산)이 단속할 뒷문이 백중세라면, 미들맨의 경우 질과 양에서 현대가 눌린다. 예리한 싱커를 구사하는 조웅천만이 제몫을 해낼 뿐 정명원 조규제는 컨디션 난조로, 마일영 신철인은 경험 미숙으로 불안하다.

두산은 이혜천 차명주와 이광우 한태균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졌던 비밀병기 한태균에 대한 김인식 감독의 기대가 남다르다.

2. 수비

한마디로 현대의 우세다. 두산은 LG와의 플레이오프를 9개의 실책으로 힘겹게 치렀다. 큰 경기일수록 수비하나에 팀 분위기는 물론 경기의 승패가 좌우될 만큼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려되는 두산의 내야가 흔들릴 경우 경기전반에 끼칠 여파는 일파만파다. 따라서 2루와 3루를 번갈아 맡을 안경현의 수비가 관건이다.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홈런으로 부진을 씻은 안이 내야의 안정을 기할 경우 수비로 인한 양팀의 전력균형은 외형상 치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철벽 3루를 자랑하던 퀸란이 시즌 막판 1루 송구가 높았던 것이 점검대상.

외야는 국내최고의 강견인 심정수(두산)와 심재학(현대)이 건재한 가운데 수비범위가 넓은 정수근(두산) 전준호(현대)등이 포진해 있어 호수비로 분위기 상승을 유도하는 쪽이 우세승을 거둘 전망이다. 걷어내기 빠듯한 타구가 왔을 때 장타방지를 위한 좌우측 요원의 백업이 호수비를 뒷받침하는 만큼 부지런 싸움이다.

3. 타격/주루

김동주의 부상에 따른 공백이 두산으로선 크다.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수술이 예정된 만큼 출장자체가 어렵다. 부상이후에도 홈런을 치는 등 국내최고 타자의 면모를 보인 김동주였던 만큼 그의 빈자리는 작지 않을 듯 하다. 타격감이 좋은 이도형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도 두산쪽엔 본전이다.

1번부터 9번까지 홈런이 가능한 타자들이 즐비한 양팀의 대결은 절대적으로 주자를 많이 모으는 쪽에 승산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포를 대량득점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하위타선의 거포인 퀸란 박진만과 홍성흔 안경현의 폭발력은 상위타선을 자극하는 역할과 중심타선의 부진을 커버해야하는 다중임무를 띠고있다.

정수근-장원진과 전준호-박종호가 펼칠 출루대결도 뜨겁다. 도루싸움도 이들 중심인 만큼 투수들은 전력으로 출루를 봉쇄할 태세다.

뛰는 야구를 즐기는 양 감독의 성향도 대비되는데 투수출신인 김인식 감독은 변화구를 넣는 카운트에서 도루를 즐기는 반면 현역시절 도루왕 출신인 김재박 감독은 허를 찌르는 역공법을 활용한다.

4. 종합

한국시리즈의 특성상 투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결국 현대의 선발진이 호투한다면 현대 쪽에 그렇지 않으면 두산 쪽에 승산이 있다. 지금까지 치러진 17차례의 한국시리즈 중 1차전 승리팀의 우승확률은 14회로 82%에 이르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3차전까지 2승1패를 먼저 하는 쪽에 승산이 있다. 1차전은 3차전까지 2승을 먼저 하는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잣대일 뿐이다. 현대의 선발진 3명중 1명이라도 공백이 생긴다면 두산은 이를 물고 늘어지며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수많은 변수가 작용할 한국시리즈이지만 그 중심에 현대 선발 3인방이 연관되어있다. 이들을 믿고 싸워야 하는 현대와 이들을 강판시키기 위한 연구를 해야하는 두산의 싸움은 데이터 체크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다.

세명 모두 제몫을 다한다면 현대의 완승, 2명이 할당량을 채우면 현대의 힘겨운 승리, 1명만 역할을 한다면 두산쪽에 승산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