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정만 담지 않는다 … NHN·KB금융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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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 랩의 포트폴리오도 확실히 달라졌다. 2월 말 기준 A증권사의 주요 자문형 랩 투자종목을 들여다봤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비 종목 수가 크게 늘었다. 공통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정도였다. 그 밖의 다른 종목은 뚜렷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열풍이 불 때 거의 모든 자문사가 특정 종목을 쓸어 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부분의 자문사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포트폴리오를 대폭 개편한 결과다.

 브레인투자자문은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대림산업·한국타이어·NHN·LG전자·SK이노베이션·KCC·KB금융·두산·삼성증권·S-Oil·롯데쇼핑·셀트리온·GS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화학주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 이를 제외하면 은행·증권· 유통· IT 등 투자 업종의 폭이 넓어졌다.

 창의투자자문은 삼성전자·삼성물산·CJ제일제당·현대중공업·KB금융·현대건설·기아차·현대차·대우조선해양·만도·다음·현대글로비스 등을 들고 있었다. 조선주에 대한 선호가 눈에 띈다. 케이원투자자문은 삼성전자·호남석유·SK 등을 보유했다. 이 밖에 가울은 두산과 파라다이스, 레오는 하이닉스와 하나금융 등을 주로 편입했다.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채로워졌지만 ‘대장’ 종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다. 올해 초 자문사별 수익률을 가른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과 올 연초 대형 자문사들이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였다. 많게는 비중 30%까지 채웠다. 연초 이후 외국인도 매수에 가담하면서 주가는 연초 대비 14% 올랐다. 결국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낮았던 자문사나 고점 부담에 일찌감치 매도한 자문사는 수익률 회복이 더뎠다. 지금은 대부분의 자문사가 삼성전자 비중을 줄여 10% 안팎으로 유지한다. 케이원 정도만 여전히 30% 넘게 갖고 있다.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긴 했지만 자문형 랩의 수익률 회복이 더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많은 자문사가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업종 주가가 올 들어 정체됐고, 화학 업종도 연초 반짝 상승한 뒤 곧 하락세로 접어들어 자문형 랩 성과는 그리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때 삼성전자를 편입했지만 너무 빨리 판 것도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00만원을 회복했고 올 들어서도 계속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고점 부담에 일찌감치 처분한 자문사들은 추가 수익의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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