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장 출신 "이탈리아서 이것 보고 창업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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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점에서 만난 맹우열 코노피자 대표는 “모양은 따라해도 이 맛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다”며 미소를 짓고 있다. [안성식 기자]

맹우열(66) 코노피자코리아 대표는 대한항공 조종사 출신이다. 30년간 전 세계 하늘을 누비며 조종사의 꿈이라는 ‘보잉747 점보기’까지 몰았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2월 피자 프랜차이즈를 창업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기장님’에서 ‘사장님’으로 항로를 틀고 ‘제2의 비행’을 꿈꾸는 맹 대표를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노피자 본점에서 만났다.

 그는 “기장 시절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이 포크와 나이프 없이 걸어다니면서 피자를 먹는 걸 보곤 ‘이거다’고 무릎을 쳤다”며 “코노피자는 맥도날드와도 견줄 수 있는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코노피자는 ‘테이크아웃 피자’다. 일반 피자와는 모양부터 다르다. 도(빵)가 아이스크림 콘처럼 원뿔 모양으로 돌돌 말려 있고 치즈·토마토소스·피망 같은 각종 토핑을 그 안에 담았다. 호텔체인과 식품사업을 하는 이탈리아 보스콜로(Boscolo) 그룹이 2004년 처음 개발했다. 지금은 독일·프랑스·대만 등 40여 개국에 1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맹 대표는 은퇴를 1년 남짓 앞둔 2005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코노피자를 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창업을 구상한 것은 아니다. 맹 대표는 “은퇴 후 운동과 술을 즐기며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는데 1년 정도 지나자 의미 없는 생활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친 게 바로 코노피자. 그길로 이탈리아로 날아간 맹 대표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수년간 코노피자 브랜드 도입을 준비했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의 특성상 다른 사람(가맹점주)까지 망하게 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제일 컸다. 맹 대표는 “기장으로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질 때와는 또 다른 중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신뢰’다. 맹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은 기장과 부기장 같은 사이”라며 “서로간의 믿음이 흔들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맹 대표는 앞으로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기존 점포 반경 500m 안에는 신규 점포를 내지 않고, 가맹점도 전국에 최대 100개만 둘 계획이다. 그는 “아직은 국내 매장이 3개밖에 없지만 무리한 확장 대신 차근차근 동반성장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달 15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리는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해 코노피자의 강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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