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팔다리 펴고 얼굴엔…70대 日장의사 감동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쓰나미에 휩쓸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엄마의 얼굴을 누군가가 깨끗하게 닦아놨더군요. 무너질 것 같은 슬픔 속에서 위로를 얻었습니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편안해 보여서…."

강진과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망자와 살아남은 자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70대 초반의 일본 장의사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일본 대지진 1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지진 피해 유족들의 충격과 슬픔을 달래고자 수시(收屍·주검의 경직된 팔다리를 바로잡는 일) 봉사에 나선 장의사 지바 아쓰시를 소개했다.

지바 씨가 사는 이와테현 가마이시(釜石)시는 3·11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한 곳이었다.

지난해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무더기로 발견된 시신들은 현지의 한 실내 체육관에 임시로 안치됐다. 당시 지바씨도 실종된 가족과 친구를 찾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했었다.

지바씨가 기억하는 체육관의 풍경은 말 그대로 참혹했다. 수많은 시신이 진흙에 뒤범벅됐고 차가운 바닷물에 휩쓸린 탓에 팔다리는 뻐드러져 있었다. 시신들의 일그러진 표정 위에는 쓰나미의 공포가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만약 시신들이 이대로 방치된다면 유족들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면서 "죽은 자도 살아있을 때처럼 존중하는 일본의 전통에 따라 시신을 닦아주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바씨는 뒤틀린 채 경직된 주검의 팔다리를 정성스럽게 주물러 폈다. 흙으로 뒤덮인 얼굴과 몸을 깨끗이 닦았다. 시신의 수척한 얼굴에는 곱게 화장을 시켜주기도 했다.

망자를 산자처럼 대하는 지바씨의 모습은 가마이시 시당국 관계자들에게도 본보기가 됐다. 이들은 체육관에 시신이 들어올 때마다 고개를 숙여 묵념한 뒤 가족 시신을 찾아서 함께 눕혔다.

가마이시 주민 4만명 가운데 888명이 3·11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약 160명의 행방은 아직도 파악되지 않는다.

NYT는 지바씨의 선행으로 가마이시 시는 대지진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수습된 모든 시신을 일본 관습대로 화장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바씨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작가 이시 고타는 "그의 이야기는 비극 속에서도 작은 선행이 어떻게 인간애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 1주년을 맞은 3월 11일, 일본은 숙연했다. 주요 피해지인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그리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인 트위터 등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오늘 하루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우리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자."
11일 오후 도쿄 국립극장(도쿄 치요다구)에서 열리는 정부 주도의 추도식에는 아키히토 일왕부부와 노다 요시히코 총리, 피해가 컸던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3현의 유족 대표 등 약 1200명이 참석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만 5854명, 아직도 3155명이 행방불명 상태다.

추모 열기는 인터넷상에서도 이어졌다. 일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날 오후 2시 46분부터 1분간 자발적으로 트위터 사용을 정지하는 '트위터 묵념'을 진행했다. [사진출처, AP=연합/로이터=뉴시스]

이영희 기자, [연합뉴스]

관련기사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엄마를…" 70대 日장의사 감동
▶日 "도쿄서 대규모 지진 가능성" 경고로 다시 패닉
▶이 대통령, 대지진 1년 맞아 日 신문에 기고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