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CEO 경영실패 문책 줄줄이 '보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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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경영 실패에 대한 문책으로 잇달아 사임하고 있다.

오디오 제품 전문업체인 아이와 그룹의 이시가키 요시오(石垣良夫)사장은 25일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오는 31일자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주들에게 2000 회계연도에 흑자를 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날 발표한 반기(4~9월)결산에서는 오히려 1백6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기 매출도 1년전보다 14% 줄어든 1천3백50억엔에 그쳤다.

회사측은 오디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제품 단가가 떨어지고 엔고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후임에는 오소네 고조(大曾根幸三)회장이 임명됐으며, 이시가키 사장은 평이사로 회사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산요전기의 곤도 사다오(近藤定男)사장도 24일 자회사의 부정을 은폐한 데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다.

그는 자회사가 태양열 발전기를 만들어 팔면서 불량품을 섞어넣은 것을 알면서도 이를 2년 넘게 감춰왔다가 최근 정부 조사로 이 사실이 드러나 도덕적 비난을 받아왔다.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성공한 전문경영인이라는 평을 들어온 그는 "내가 그만두지 않고는 손상된 회사의 이미지를 되살릴 수 없다" 며 자신의 사퇴로 회사가 정상화되기를 희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는 미쓰비시 자동차의 가와소에 가쓰히코(河添克彦)사장이 소비자들을 속인데 대해 사과하며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자사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리콜을 하지 않고 20여년간이나 이를 은폐한 혐의로 정부에 의해 고발됐다.

한편 히카리통신은 시게타 야스미쓰(重田康光)사장이 실적 악화로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을 받자 25일 요고 구니히코(余語邦彦)경영관리본부장을 부사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로 승진시켜 공동 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이날 발표한 결산에서 1백13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주가도 올 2월의 최고치에 비해 1백2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요고 부사장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출신으로 신규사업 및 관리부문을 총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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