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사고…원전 르네상스 못 멈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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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무함마드 엘바라데이(사진)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8일 ‘에너지 미래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발전의 결점을 드러냈지만 그렇다고 원전 르네상스가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바라데이는 이집트 외교관 출신으로 1997~2009년 IAEA를 이끌었다. 2005년 사무총장 재직 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기여한 점을 평가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날 후쿠시마 사태의 파장을 분석하면서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교했다. 체르노빌 사건의 충격으로 원전 확대는 중단됐고 이후 건설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데 거의 20년 세월이 걸렸다. 엘바라데이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은 많이 다르다”면서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체르노빌은 원자로 설계 자체의 결정적 하자로 발생한 반면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에서 비롯됐다”면서 “후쿠시마에서 끔찍한 피해가 생겼지만 직접적으로 방사능에 의한 사망자가 생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고의 파장을 키운 데는 일본 원전산업의 특수성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 정부와 업계의 관계가 너무 끈끈했고 그러다 보니 규제가 느슨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구조적 약점은 IAEA 등에서 사고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이런 배경 때문에 공론화되거나 개선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체르노빌 때와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엘바라데이는 “IAEA의 152개 회원국이 원자력 안전 향상 계획에 합의했고 원자력 발전소를 가진 모든 나라에서 안전검증이 실시됐다”면서 “일본도 스스로 규제 시스템의 약점을 인정하고 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중추 에너지로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치는 계속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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