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의 브라질뷰] 진입장벽 높은 브라질 … 금융·소비종목 투자할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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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장

브라질은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2011년 6월 발표된 월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조사 대상 183개국 중에서 126번째로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다. 방글라데시가 122위, 아프리카 우간다가 123위임을 감안하면 브라질 기업환경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면서 3년 전에 비해 60%나 많은 취업비자가 발급됐다. 브라질에서 일하는 외국인 기업체와 근로자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도 현대차 공장 건설, 포스코 합작 제철소 건설 등으로 각 사에서 수백 명씩 브라질 현지에 파견한다. 2년 이상의 영주권 비자에서는 한국 증가율이 98%로 2009년 대비 가장 많이 늘었다.

 복잡한 세제, 부족한 인프라, 불안한 치안, 관료주의 등에 직접 부딪치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많은 해외 투자자가 브라질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이유는 뭘까. 긴 안목으로 볼 때 각고의 노력 끝에 시장에 정착하면 초기 진입장벽이 오히려 보호막이 되고 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높은 가격으로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의 유명한 전자제품 판매점인 바이아(CASAS BAHIA)다. 브라질 국내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월 5.8%, 연으로 환산하면 무려 70% 수준이다. 그럼에도 금리를 더 낮춰 고객을 끌려는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이아는 전국 점포에서 주로 저소득층을 상대로 소득증명원이나 다른 담보 없이 신분증 하나만으로 세탁기·냉장고 등을 할부로 팔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바이아는 월 할부금을 낮게 가져가면서 매달 상환부담을 줄여주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월 7%(연간 84%)의 이자를 받는다. 이를 통해 바이아는 연 10% 수준의 매출 부실을 금융부문에서 보충하고 많은 이익을 얻는다. 이렇게 저소득층에 대해 같은 전략을 이용하는 경쟁회사를 찾아볼 수는 있어도 금리를 대폭 할인하는 등의 무한 경쟁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브라질 사람의 낙천성은 새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는 또 다른 기회 요소가 된다.

 한국 투자자가 주식형펀드 등을 통해 브라질에 이미 뿌리를 내린 우량기업에 간접 투자하거나 금융·소비내수 종목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브라질 시장의 특성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투자자와 함께 한국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초기 진입장벽의 어려움을 뚫고 브라질의 내수산업, 성장산업 등에 더 많이 진출해 정착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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