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작·불법도박 대응…IOC,국제기구 만들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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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불법 스포츠 도박과 경기조작에 맞서기 위해 국제기구를 설립한다.

 IOC는 지난해 3월 ‘스포츠 불법 도박에 관한 워킹그룹(Working Group on Irregular and Illegal Betting)’을 구성하고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올해 2월 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3차 회의는 “불법 스포츠 베팅과 경기조작을 감시하는 기관을 설립해 법적 판단 및 제재에 대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의결했다. 이 회의에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비롯해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 인터폴 관계자, 영국·프랑스 체육부 장관, 스위스·호주·중국 체육부 차관급 인사 등이 참가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김종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학과)는 “올해 8월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비슷한 국제적 대응 기구를 구성하기로 논의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IOC는 불법 도박이 스포츠의 순수성과 올림픽 운동의 유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ADA는 IOC가 1999년 2월 ‘로잔 선언’에서 도핑 행위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한 뒤 그해 11월 설립한 기구다. IOC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기금을 출연한다. 한국에서도 WADA의 권고에 따라 2007년 6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설립됐다. 김 교수는 “WADA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공통 원칙 제정, 교육 매뉴얼 수립, 모니터링 등 기능을 하고 각국에선 별도 기구가 설립된다. 국제기구는 각국 기구를 네트워크로 통합해 전 세계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OC 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림픽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베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최초로 탐지됐다. IOC는 2006년 윤리강령을 개정해 올림픽 관계자 및 참가 선수의 베팅을 금지시켰다.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기간에 외주 업체에 의뢰해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아직 올림픽에서의 경기조작은 포착되지 않았다. 로게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불법 도박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감시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2월 2일 회의에서는 “인터폴과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의 중추적 역할을 촉구한다”는 결의도 채택됐다. 김 교수는 “IOC는 불법 도박이 국제범죄조직의 돈세탁 경로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경기조작은 결국 금융 흐름을 추적하는 등 사법적 뒷받침이 없다면 근절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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