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수퍼 문턱 넘지 못한 감기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감기약 수퍼 판매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 국회 처리가 또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오후 약사법 개정안 등 58개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을 남겨둔 채 정회했다. 하지만 참석자가 최종적으로 7명(새누리당 5명, 민주통합당 2명)에 불과해 의결정족수(9명)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달 27일처럼 정족수 미달 사태가 재연된 것이다. 국회가 총선에만 정신이 팔려 민생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통합당 소속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사실상 통과가 됐다고 생각한다. 절차만 남았는데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심사를 받는 분도 있고 지역에 있는 분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오래 끌 것이 아니라 본회의만 잡아주면 본회의 직전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데다 개회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18대 국회 회기 내에 약사법을 처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약사법 개정안은 감기약·소화제 등 20개 이내의 가정 상비약을 편의점에서 파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수퍼 판매 대상 약이 70여 가지였으나 20개 이내로 줄었다. 심야 시간대나 휴일에 약품을 사기 힘들다 보니 국민의 90%가 수퍼 판매를 원한다.

 정부와 국회가 수퍼 판매 무산에 짝짜꿍했다. 1990년대 중반 한약분쟁, 2000년 의약분쟁을 겪으면서 약사에게 덴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야 움직였다. 2010년 12월 이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감기약을 수퍼에서 판다는데”라며 수퍼 판매를 지시했고 지난해 6월 복지부가 수퍼 판매를 유보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이 대통령이 재차 질책하면서 속도를 냈다.

 국회는 한술 더 떴다. 지난해 9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보건복지위원회는 약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상정조차 않았다. 국민의 거센 비판을 받고야 지난달 14일 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27일 법사위가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면 별문제 없이 본회의에서 결판 났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