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법성상고 농구팀 '값진 은메달' 따내

중앙일보

입력

선수가 7명에 불과한 법성상고(전남) 여자 농구팀이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땄다.

18일 부산체전 농구 여자 고등부 수원여고와의 결승전. 종료 3분여를 남겨 두고 이손영이 5반칙으로 퇴장당하자 법성상고가 기용할 수 있는 선수라고는 최근 훈련 도중 인대가 늘어난 2학년생 김지현 한 명에 불과했다. 김은 오른쪽 다리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절뚝거리며 코트에 나섰다.

그러나 종료 3초 전 64 - 66으로 뒤진 상황에서 김이 던진 5m 거리 슛은 포물선을 그리며 림에 꽂혀 연장전에 들어갔다.

결과는 법성상고의 73 - 82 패배. 1학년 후보 한 명을 포함해 모두 7명에 불과한 법성상고로서는 예선부터 다섯 경기를 치르며 누적된 피로를 투지만으로 극복하긴 역부족이었다.

경기종료 후 그들은 부끄러움도 잊은채 코트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지현은 "꼭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고 싶었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농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숱한 어려움을 이겨낸 지난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법성상고 선수는 보통 팀처럼 12명이었으나 5명은 올해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농구를 그만 둬야만 했다, 체육관.합숙소 등 기본훈련 시설이 없어 이들은 30분 정도를 걸어 인근 영광원자력발전소 체육관에서 눈치를 보며 농구공을 만져야 했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야 체육관을 쓸 수 있어 연습이 끝나면 오전 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법성상고 농구부가 창단된 것은 1996년. 배오진 코치는 부인 김선숙씨와 함께 월세방을 얻어 선수들을 돌봐왔다.

배코치는 "번듯한 체육관도 없이 묵묵히 연습을 해낸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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