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에 독립선언 숨겨와 전국 여교사에 동참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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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걸출한 독립운동가이자 종교인·교육자였던 김마리아(金瑪利亞·1892~1944·사진). 그의 일생을 조명한 전기 『조국과 여성을 비춘 불멸의 별 김마리아』가 3·1절에 맞춰 나왔다.

한인들의 미주 이민사에 관심 가져 온 저술가 김영란(57)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북산책’에서 냈다.

 김마리아의 용기와 결단력은 웬만한 남성은 흉내도 낼 수 없을 만큼 당찬 것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2·8 독립선언문을 몰래 가지고 들어와 3·1 운동의 불을 지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애국부인회·근화회(槿花會) 등 여성 독립운동 단체를 국내외에서 만들었다.

두 차례의 투옥, 고문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일본의 연호(年號)를 모른다”며 일본인 검사에게 대들었다. 도산 안창호는 “김마리아 같은 이가 열 명만 있으면 조선은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는 이런 김마리아의 행적은 물론 처참한 고문의 고통을 기독교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는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저자 김씨는 “무엇보다 3·1 운동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데는 김마리아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자신이 졸업한 정신여학교(현 정신여고) 출신의 학교 교사들을 전국으로 찾아다니며 2·8 독립선언문을 전달해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마리아는 일본 유학을 중간에 그만 뒀다. 기모노에 독립선언문을 숨겨 가지고 들어온 1919년 2월 17일부터 3·1 운동 직전까지 대구·광주·서울은 물론 자신의 고향인 황해도 일대를 훑으며 동창들을 독려했다.

 김마리아의 고향인 황해도 장연군 소래마을은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소래교회가 들어섰던 곳이다. 그의 아버지 김윤방은 교회 건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저자 김씨는 “이런 그의 신앙 배경이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독립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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