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되더니 아이가 예민해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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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기(42·서울 강북구)씨는 중학생 딸에게 서운함을 나타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부모의 조언을 잔소리로 여기고 “아~ 됐어”라며 대화를 거부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는 본격 청소년기로 들어가는 시기여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해 마음의 벽이 높아지는 때다. 학업·친구관계·이성문제 등으로 초등학생 때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해진다. 화산과 같은 자녀의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3단계 방법을 소개한다.

[일러스트= 강일구]

짜증은 슬픔과 외로움의 표시

청소년기에는 신체적 성장과 감성적 성장이 동시에 일어나며 감정 표현과 변화가 다양해진다. 감정은 짧은 시간에 정신·신체·행동적 요소가 동시에 일어나 뒤엉킨다. 화가 날 때 짜증이 나고(정신적 요소) 가슴이 답답해지면서(신체적 요소)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던지는(행동적 요소) 식이다. 중학생 시기는 초등학생 때보나 사회관계망이 넓어지고 학업 양이 급증하면서 자녀의 새로운 모습과 감정이 드러나는 때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만으로 ‘속 마음’을 알긴 어렵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겉으로 화를 내는 아이도 알고 보면 속으로 연약하고 아픈 감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짜증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자녀의 속 감정에는 우울함과 슬픔이 섞여 있다는 의미다. 속 감정을 보지 못하고 다그치거나 혼내면 부정적 감정은 응어리로 남게 된다.

1단계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해야

“부모의 ‘정신적 맷집’이 단단해져야 한다.” 문지현 정신과 전문의는 부모들에게 ‘쿠션’의 역할을 하라고 조언한다. 문 전문의는 “청소년기는 ‘날것의 감정’이 튀어나오는 시기”라며 “마구 분출되는 10대들의 감정을 부모가 쿠션처럼 감싸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툭하면 던지는 ‘짜증나’라는 말 속에는 ‘즐거움이 없고 우울하다’는 속마음이 숨어 있다는 설명이다. 감정 변화가 심한 청소년기는 삐쳤다가도 금세 밝아지는 특성이 있다. 부모는 그 감정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자녀의 감정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을 때는 “오늘은 엄마가 안 좋은 일이 있어 네 말에 귀를 잘 기울일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라고 말해야 한다. 자녀의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자녀와 함께 마음 속 감정을 살피는 방법도 있다. 문 전문의는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권할 것”을 제안했다. “말로 차분히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단발적으로 발산한 감정의 원인과 이유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2단계 부정적 감정은 감싸고 용기 줘야

자녀의 속 감정이 드러났다면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꾸짖지 말고 감싸야 한다. 신 교수는 “쓸모 없거나 불필요한 감정은 없다”며 “‘어떻게 다스리는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우울하다면 즐거운 기분을 느끼도록 격려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성취하지 못하는 데서 쉽게 마음이 상하고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다. 외모·성적·친구 관계 등에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만족스럽지 못할 때 짜증과 화를 부린다. ‘옆집 애 좀 봐라’ ‘넌 왜 형(언니)처럼 못 하니’와 같은 말은 자녀의 부정적 감정을 오히려 키우게 된다. 이땐 자녀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넨다.

3단계 감정 조절법 찾아 미리 훈련해야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격려한 뒤엔 함께 감정 조절법을 찾는다. 자녀에게 적합한 놀이나 명상과 같은 감정 해소법을 평소에 익혀두면 자녀의 감정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화를 자주 부리는 자녀에겐 감정을 1부터 10까지 단계별로 숫자로 나타내는 법을 가르친다. 자녀가 숫자를 매기는 과정에서 ‘내가 지금 감정을 지나치게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돼 마음이 차분해진다. 불안해하는 자녀에겐 즐거운 장면을 떠올리며 호흡을 가다듬도록 유도한다. 재미있었던 일, 좋아하는 사물 등을 떠올리며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킨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자녀에겐 화가 나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권한다. 복식호흡을 하며 ‘진정하자’ ‘괜찮아’와 같은 말을 되뇌게 한다. 문 전문의는 “감정 조절은 상황에 닥쳐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해 연습하고 반복해야 하는 훈련”이라고 조언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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