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드 vs 러드, 호주 총리직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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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17일 유튜브에는 케빈 러드(55)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의 동영상이 올랐다. 총리 시절 중국어 번역을 놓고 통역관과 중국에 대해 혼잣말로 욕설을 퍼붓는 장면들이었다. 파문이 일자 러드 장관은 이틀 뒤 “이 동영상은 총리실 혹은 다른 정부 기관에서 관리되는 파일”이라 고 주장했다. 총리직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러고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22일 “총리 지원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전격 사임했다. 줄리아 길라드(51) 현 총리와의 내분이 끝내 폭발한 것이다.

 러드 장관은 2007~2010년 호주 총리를 지냈으나 광산업체를 대상으로 자원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물러났다. 총리직에서 밀려난 뒤인 지난 2010년 9월 외교통상부 장관에 취임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는 다시 총리직을 탈환하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총리직을 노린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걸 즐겼다.

 러드가 장관직을 내던지며 정면 대결을 선언하자 길라드 호주 총리도 23일 승부수를 던졌다. 연방의회 개원일인 오는 2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노동당 대표직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집권 노동당 대표는 자동적으로 호주 총리에 오를 수 있는 자리다. 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총리가 바뀌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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