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카라얀 꿈꾸는 당신에게 오케스트라 빌려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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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양대 음대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하는 이한주(왼쪽)씨가 22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오케스트라를 빌려드립니다.’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무대에 검은색 양복을 차려 입은 이한주(31)씨가 섰다. 그는 한양대 음대 대학원에서 지휘를 공부하고 있다. 악보대를 사이에 두고 경기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70여 명과 마주한 이씨가 조심스럽게 오른쪽 팔을 흔들자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이 극장을 채웠다.

 연주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바이올린과 금관악기가 아슬아슬하게 멜로디를 주고 받았다. 이씨의 팔이 멈추자 단원들의 연주도 멈췄다. “조금 더 천천히 연주를 해주세요.” 이씨가 제1바이올린 파트에 주문했다.

 이씨가 30분간의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 뒤를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4학년생인 박찬민(22)씨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했다.

 이씨와 박씨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하 전당)이 마련한 ‘지휘자 꿈나누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무대에 서게 됐다. 전당은 20~23일 지휘자를 꿈꾸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6명에게 80분 동안 교향악단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연주를 마친 이씨는 “프로 오케스트라 지휘는 처음이다. 학교 오케스트라와 달리 연주를 너무 잘해서 80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연주를 마친 단원들은 인턴(?) 지휘자들의 장·단점을 적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자리가 빛난 건 각 대학에선 지휘자를 양성하고 있지만 프로 교향악단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 소속된 오케스트라 지휘 정도가 실기 연습의 전부다. 이런 이유로 국내파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휘자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실천은 더뎠다. 전당 손혜리 사장은 “지휘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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