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구 많은 나라가 경제대국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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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와드

필리핀이 세계 16위 경제대국으로 떠오른다. 무려 27계단을 날아오른 결과다. 페루도 20계단(46위→26위)을 수직 상승한다. 최상위권도 판도가 바뀐다. 중국·인도가 세계 1, 3위로 뛰어오르고, 미국(1위→2위)·일본(2위→4위)은 체면을 구긴다. 한국은 11위에서 13위로 두 계단 떨어진다. HSBC가 전망한 2050년 세계 경제의 모습이다. 연구를 주도한 카렌 와드 HSBC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100년 뒤에 돌아보면 지금의 세계 경제가 되레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적은 국가들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인구가 그렇게 중요한가.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이 늘수록 성장이 더 쉬워지는 게 당연하다.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이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1980년대 거품경제 때 늘어난 빚을 갚느라 소비가 줄어든 것을 꼽는다. 하지만 일본의 1인당 GDP는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속도로 늘어왔다. 지난 15년간 노동 인구가 감소한 것이 진짜 ‘범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인구만 늘면 되나.

 “아니다.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않는데 젊은층 인구가 대규모로 증가하면 사회 불안만 커진다. 일부 중동 국가가 이런 경우다. 그래서 교육·법치 등이 중요하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 규모가 크고, 계속 늘고 있다. 게다가 교육 수준이 높아 1인당 국민소득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높은 순위 상승이 예상되는 이유다.”

 -각 지역별 전망은.

 “세계 GDP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현재의 30%에서 2050년엔 43%로 커질 것이다. 반면에 유럽은 비중이 28%에서 22%로 줄어들 전망이다.”

 HSBC는 2050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을 토대로 세계 각국을 고속성장(5% 이상)·성장(3~5%)·안정(3% 미만)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미국·일본·독일 등과 함께 안정 그룹에 포함됐다. 말이 좋아 ‘안정’이지 고성장이 어렵다는 얘기다.

 -왜 한국의 경제 규모 순위가 떨어질 것으로 봤나.

 “ 저 출산이 문제다. 노동인구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주요 요인이다.”

 -한국 경제의 강점·약점은.

 “전보다 훨씬 안정된 금융이 강점이다. 한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통화 스와프를 확대해 잠재적인 단기 유동성 압박을 줄였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변화에 취약한 경제 구조다. 한국 수출이 2008년만큼 나빠지진 않겠지만 현재의 수출 둔화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가뜩이나 취약한 내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서비스 주도 경제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학력 노동력을 갖춘 나라다. 이제는 선진 노하우를 더 많이 받아들여 서비스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 ”

카렌 와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출신이다. 각종 경제 분석 자료를 만들어 통화정책위원회의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2006년 HSBC에 합류해 4년 뒤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인구 변화, 현재의 1인당 국민소득, 교육수준, 법치, 민주주의 등을 고려해 세계 100개국의 2050년 경제 규모 순위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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