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창간한 윤종훈 ‘돈세상’ 대표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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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는 자본주의의 꽃이 아니라 개(犬)입니다.” 인터넷신문 돈세상의 대표기자 윤종훈씨의 일성(一聲)이다.

그는 회계법인의 대우그룹 부실회계문제로 시끌벅적하던 지난 8월1일 자본주의의 개 노릇을 하는 공인회계사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회계사 일을 때려 치웠다. 그리고 인터넷 신문 돈세상(http://www.DonSeSang.com)을 창간했다.

서울 동대문 프레야타운 14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웹마스터·편집장·취재기자의 1인 3역을 해 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학생운동가·노동운동가에서 공인회계사로 변신한 그가 또 다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성격탓입니다. 잘못된 일을 보면 울화통이 치밀거든요. 사고를 치지 않으려면 TV·신문 등이 아예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예 때려 치웠습니다.”

그의 이런 성격이 반영되어선지 돈세상의 논조는 막힘이 없다. 눈치보는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딴지일보식의 패러디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막강한(?) 회계지식으로 무장한 윤씨는 또렷한 근거를 대가며 조목조목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의 비판대상에서는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한문수 상임고문과 은행경영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서강대 김병주 교수가 각각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지난 9월28일字 동아일보의 폭로기사를 두고 윤씨는 동아가 돈세상의 기사를 훔쳤다는 폭로기사를 썼다.

“자기가 고생하여 찾은 기사를 누군가 가로챘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기자들은 잘 알 겁니다. 이러한 행위가 기자윤리에 어긋난다는 사실도 알 거예요.”

‘돈세상’은 설립된 지 두 달밖에 안 되는 신생 인터넷신문이다. 조직력, 자금력, 기자 신분증으로 중무장한 제도권 언론사의 기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비교하면, 돈세상 기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정치권 인사에 대한 비판도 송곳 같다. “한나라당의 경제 두뇌인 이한구 의원이 부산시의회의 특강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한나라당이 건전한 비판세력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사업을 하다 보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대우그룹 임원은 무지하게 열심히 일했다’고 하더군요.”

23조원의 분식회계. 이로 인한 4인 가족 한 가구당 무려 2백만원의 경제점 부담. 그는 이게 대우그룹 임원들이 우리 국민에게 남긴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열심히 일했다구요?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요?”

‘(한국은) 미친 놈으로 비쳐질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그를 보면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생각난다고 그는 톤을 높였다.

인터넷 신문은 누가 보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이 보장해 주던 수입도 그에게는 더 이상 없다. 당연히 그의 마음 한자락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아버님이 제일 걱정하셨죠. 아내는 제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 괜찮았는데…. 아버님에게 그랬죠. 많이 버리면 많이 얻고 조금 버리면 조금 얻는 게 인생 아니냐고요. 그랬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무욕(無慾)의 철학이랄까? 그에게는 한 가지 소박한 소망이 있다.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1년만 안식년을 얻어 해외에 나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둘러보고 좁은 눈을 더 크게 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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