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펀딩 영화 잇단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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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에도 네티즌들이 변수로 등장했다. 이번엔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투자자 자격이다. 네티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투자한 영화가 잇달아 뜨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쉬리’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전국관객 2백62만 명, 9월27일 현재)’에도 네티즌들의 돈이 3억원이나 들어갔다. 총 제작비 40억원에 비하면 별 것 아닌 액수지만 그 효과는 3억원을 훨씬 넘는다.

무엇보다 영화 펀딩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자발적 홍보쟁이가 되기 때문이다. JSA에 네티즌 투자를 실시한 인츠필름(http://www. intzfilm.com)의 조진태 온라인 마케팅팀장은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고,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펀딩에 참가한다. 이들에게 돈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투자자들의 성향을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애정이 담긴 영화를 제작 초기단계부터 지켜보면서 홍보하게 된다. 실제로 JSA의 경우도 3억원이라는 돈을 모으는데 3백50명의 투자자들이 참가했다. 그야말로 소액주주들이다. 1인당 1백만원이 안 되는 액수다. 1천만원 이상을 투자한 몇몇을 빼면 대부분 10만∼20만원 정도를 투자한 개미들이다.

"이들이 전하는 입소문은 대중매체의 영향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조팀장은 설명한다.

JSA 외에도 상반기 흥행작이었던 ‘반칙왕(1백80만 명)’ ‘동감(1백10만 명)’에도 1억원씩 네티즌들의 돈이 들어갔다.

그럼 네티즌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우선 시사회 초대권을 받을 수 있다. 최소 1만원이 한 계좌인 점을 감안할 때 티켓 두 장만 받아도 본전은 뽑는 셈이다. 여기에 영화진행 도중 촬영장 방문이나 행사참석의 혜택도 있다. 물론 흥행에 성공할 경우 수익배당도 있다. 한 예로 반칙왕의 경우 97%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제작사와 네티즌은 물론 이들 사이를 중개하는 인터넷 업체에도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활성화, 로열티 강화 등의 이점이 있어 네티즌 펀딩은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배우 여명과 이나영이 주연하는 영화 ‘천사몽’에도 한스글로벌(주)(http://www.hans boom.com)이 네티즌들을 상대로 2억원에 이르는 투자자금을 모았다. ''천사몽’의 경우 기존의 네티즌 펀드와 달리 투자금액을 50만∼2천만원으로 정해 단순한 홍보효과보다는 실질적으로 투자수익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스글로벌의 이현구 차장은 “다른 네티즌 펀딩이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 중점을 두는 반면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되돌려 주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네티즌 펀딩’이라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업체인 심마니(http://www.simmani.com)도 네티즌 펀딩에 뛰어들고 있다. 최민수, 차승원, 유지태, 김규리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 출동한 영화 ‘리베라메’에 네티즌 펀딩으로 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심마니의 펀딩에서 특이한 점은 펀딩으로 배당받은 계좌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것 같으면 1만원짜리 한 계좌가 1만5천원에 거래될 수도 있다. 투자 증서가 하나의 상품이 돼 거래된다는 것이다.

심마니의 윤재균 영상사업팀장은 “이렇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은 투자의 재미를 맛볼 수 있고, 제작사는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액수로 보나 규모로 보나 네티즌의 영화펀딩은 아직 본격적인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사는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어 좋고, 네티즌은 영화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으며, 중개회사의 경우 커뮤니티의 구속성과 로열티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네티즌 펀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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