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버스 타고 서울 유람 어때? 스테파니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한남대교 남단에 위치한 전망카페 정류장. 142, 402, 472번 등 11개의 간선버스와 지선 3011번 버스가 지난다.

이화여대 학생 정지윤(21)·나현정(21)씨는 캐나다에서 온 친구 스테파니아 마리아 메드릭(22)과 함께 종종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 구경을 한다. 토론토 요크대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지 6개월 된 메드릭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 곳곳을 다닐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땅이 넓은 캐나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지윤·현정씨는 기숙사에 혼자 있던 메드릭을 위해 시내버스 투어에 나섰다. 이번에는 402번을 골랐다. 402번이 지나는 주요 구간은 서울시청-광화문광장-세종문화회관-덕수궁-서울역-남대문-남산-강남역이다. 우리의 문화유산과 발전한 서울의 모습을 골고루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 관심 많은 메드릭에게 딱 어울리는 코스다.

 남대문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자마자 메드릭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저기 스케이트장 뒤는 뭐야?”

 “서울시청인데 지금은 공사 중이야. 메드릭, 청계천은 알고 있지?”

 “응, 지난여름에 갔었는데 시원하고 정말 좋았어. 연인들이 많아 부러웠는데….”

 잠시 후 세종문화회관 앞에 내린 세 사람은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게 세종문화회관이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이지. 저기 광화문은 조선시대 왕들이 살았던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고….”

 다음 화제는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이었다.

 “메드릭, ‘성균관 스캔들’에 나온 송중기 알지? 그 배우가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에서 세종대왕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어.”

 “아 정말? 나 송중기 좋아하는데,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왕 맞지?”

 현정씨는 ‘송중기’란 이름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 메드릭을 보면서 한류 드라마의 위력을 실감했다.

 세 사람은 경복궁 담을 따라 삼청동으로 걸어갔다. 고풍스러운 경복궁 담길 건너편엔 세련된 화랑·카페가 늘어서 있었다.

 메드릭은 “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며 “전통 한옥과 현대적인 건물이 섞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신기하다”고 칭찬했다.

 삼청동에서 한참을 보낸 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버스에 올랐다. 900원이 찍혔다. 메드릭은 “토론토에서는 버스 요금이 편도 3500원 정도”라며 “서울은 버스·지하철이 싸고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부러워했다.

강남역 먹자골목 고깃집에서 막걸리잔을 부딪치며 여행을 마무리한 지윤·메드릭·현정(왼쪽부터)씨

서울역·숭례문을 지난 402번 버스는 소월로를 따라 남산을 거의 반 바퀴 돌아 강남으로 향했다.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시내 모습도 아름다웠다. 왼쪽엔 남산 숲이 오른쪽엔 한강 너머 강남까지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길은 봄엔 개나리와 벚꽃이, 여름엔 녹음이, 가을엔 단풍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버스가 한남대교 남단 전망카페 앞을 지나자 메드릭은 “날씨가 빨리 따뜻해져서 한강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신논현역에서 내린 이들은 강남역 먹자골목 고깃집에서 삼겹살·돼지갈비에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것으로 시내 구경을 마무리했다.

 메드릭은 “자유롭게 다니면서 서울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봄이 오면 다른 곳도 데려다 달라고 졸랐다. 메드릭을 위해 나선 길이었지만 지윤·현정씨에게도 서울을 색다르게 느낀 즐거운 경험이 됐다. 관계기사 S2, S3면

글=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