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 시계 60년 전으로 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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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이 전략 핵무기를 당초 목표보다 최대 80%까지 추가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지역 곳곳에서 해병 병력을 추가로 순환 주둔시킨다. 국방예산 감축에 대응하면서도 아시아 중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핵무기를 ▶1000∼1100개 ▶700∼800개 ▶300∼400개로 각각 감축하는 방안이 미 국방부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전직 관리와 의회 보좌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1000~1100개 수준의 감축도 역사적인 군비 축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핵무기 감축은 미국이 군사비 지출을 줄이려는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한국·일본·터키와 같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비준된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라 2018년까지 핵무기를 각각 1550개로 줄여야 한다. 지난해 9월 1일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1790기와 1556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300∼400개로 감축하는 방안이 실현될 경우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미국과 소련 간에 무기경쟁이 시작된 195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한편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하게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아시아·태평양지역 곳곳에서 해병 병력을 추가로 순환 주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미 해병대를) 순환 주둔시키는 방안에 대해 호주와 합의했으며, 필리핀과도 비슷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일본 언론은 미국과 일본이 당초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8000여 명과 가족을 괌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전 규모를 4500명으로 축소하는 대신 나머지 인원을 호주와 필리핀의 미군 기지로 순회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1991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타결 이후 거의 20년 만인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에 체결·비준된 새로운 포괄 핵무기 감축협정이다. 이에 따라 2018년까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는 1550기를 줄여야 한다. 1550기 미만으로 줄이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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