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공부습관 바로잡기 <1> 엄마표 독서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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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입시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되고,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독서 능력이 평가요소 중 하나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는 한우리독서토론논술과 함께 ‘효과적이고 올바른 독서지도법’에 관한 기획연재 기사를 마련했다. 첫 회에선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면서 엄마표 독서지도로 자녀를 대학에 합격시킨 김연희(49·여·성남시 분당구)씨와 이숙(47·여·서울 개포동)씨 사례를 소개한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엄마와 함께 느낀 점 얘기하며 의견 나눠

자녀 독서교육 비결을 묻자 김씨는 “토론”이라고 답했다. 그는 “독서는 눈으로 글을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 생각을 말하고, 토의·반박해 보는 과정이 종합해 어우러진다”고 말했다. 독서로 습득한 지식을 가다듬어 창의력·논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토론’이라는 설명이다.

읽기에서 토론으로 이어지는 독서는 김씨의 딸 김유민(19)씨의 글쓰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유민씨는 104:1의 경쟁률을 뚫고 고려대 심리학과에 일반전형(논술50%+학생부50%)으로 합격했다. 유민씨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은 뒤엔 엄마와 함께 감상을 서로 얘기하며 책 내용을 정리하면서 내 의견을 짜임새 있게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김씨는 자녀와의 토론에서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만 이렇게 생각하는데 유민이는 어때” “주인공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와 같은 식이다.

이처럼 엄마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은 뒤 자연스레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문답토론을 추천했다. 김씨는 딸 유민씨가 고교에 진학 후 학업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을 때는 신문을 활용했다. 대학 전공 탐색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나 사회 이슈를 다룬 기사를 오려 딸의 책상에 올려두곤 했다.

김씨가 이런 방법을 고안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독서·논술 지도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덕분이었다. 1995년에 독서지도사 과정을, 1997년엔 논술지도사 과정을 배웠다. 아동발달심리·도서 선정 방법·독후활동 지도법과 같은 전문적인 독서 지도법을 익히면서 비판적 시각에서 책 읽기, 토론지도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책 주제와 관련된 체험하면 재미 느껴

이숙씨는 2006년에 독서지도사 과정을 수료했다. “처음엔 내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자녀 독서지도에 관해선 전문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어요. 어른이 돼서 책을 읽는 방법과 어린 아이들이 책을 읽은 방법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죠.”

이씨는 어린 자녀들이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서와 체험을 연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책의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체험하면서 독서이해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장애와 관련된 책을 읽고 했던 독후활동을 예로 들었다. 장애를 몸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발로 글을 써보고, 연필을 입에 물고 글을 써보는 체험을 함께 했다. “그냥 책만 읽었을 때와 체험을 함께 했을 때, 아이의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더 깊이 있게 책에 빠져들게 됐죠.”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에 학업능력우수자 전형(학생부 100%)으로 합격한 이씨의 딸 김소연(19)씨는 “독후활동 덕분에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게 됐다”며 “독서량이 늘고 이해력이 좋아지면서 고교에 진학해 국어·영어는 걱정이 없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씨는 “1분 스피치도 좋은 독후활동”이라고 추천했다. 책을 읽은 뒤 1분을 말할 수 있는 분량으로 책 내용을 요약해 보고, 간단한 감상을 덧붙인다.

이씨는 자녀와 함께했던 독서 후 체험, 1분 스피치와 같은 독후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족회의에서 얻었다. 식사 자리처럼 가족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면 “이 책은 어떤 독후활동을 하면 좋을까”라며 자연스레 책을 주제로 가족 간 대화를 유도했다. “독서가 중요하다 해서 자녀에게 강요하고 압박을 줘선 안 돼요. 엄마부터 독서지도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녀를 이끌어야죠. 길이 보이면 여유가 생기고 방법도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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