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익률, 맑은 날이 흐린 날보다 3배 높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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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알려져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일시적인 상황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1982년부터 15년간 26개 주식시장에서 날씨 변화에 따른 주가 움직임을 조사한 연구가 흥미롭다.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의 수익률이 현저하게 높았다. 뉴욕의 경우, 맑은 날의 연평균 수익률은 25%였지만 흐린 날은 8%에 그쳤다. 세 배나 차이 난다.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는 초승달(New moon)이 뜰 때, 보름달(Full moon)이 뜨는 날보다 연평균 약 10% 높은 수익을 보였다.

 투자 결과를 예측할 때도 그렇다. 심리적인 편견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A에 투자하면 400만원을 벌 수 있는 확률이 80%, B에 투자하면 300만원을 벌 수 있는 확률이 100%라고 하자. 다섯 중 네 명은 B를 선택한다. 20%의 확률 차이만으로 100만원의 수익을 포기한다. 반대로 A에 투자하면 400만원을 손해 볼 확률이 80%, B에 투자하면 300만원을 손해 볼 확률이 100%라면, 92%의 투자자들은 A를 선택한다. 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와 달리, 투자자들은 손실의 경우 20%의 여지를 기대한다. 이익에 대한 기쁨보다는 손실에 대한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얘기다.

 투자 결과를 측정하는 것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도 재미있다. 투자자 A씨는 연초 10만원에 B주식을 샀다. 이 주식은 연말에 20만원까지 올랐고, A씨는 그로부터 6개월 후 15만원에 매도했다. 이익일까, 아니면 손해일까? 실제로는 이익이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들 대부분은 투자의 평가 기준을 고점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투자자들이 범하는 오류를 알 수 있다. 응답자의 83%가 매매 결정에 본인의 판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주변인의 추천이 25%로, 전문가의 조언(16%)보다 높았다. 이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투자에 앞서 투자 종목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 자신을 과신하거나 주관적인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다.

 시장의 악재도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은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전쟁·테러 사건이 빈번했고, 금융시장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경험했다. 이때마다 투자자들은 동요했고, 시장도 크게 출렁거렸다. 그러나 좀 더 긴 기간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이러한 하락세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시장은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 주식시장을 S&P500지수로 살펴보면, 1950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60년간 7500% 올랐다. 1950년 말에 1만 달러를 투자해 계속 유지했다면 2010년 말에는 750만 달러가 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렇게 오래 투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뉴스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사고팔아, 이에 훨씬 못 미치는 투자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주변 상황과 심리적 편견, 주관적인 기준 설정, 자기 과신, 그리고 악재에 따른 불안심리 등으로 인해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인 감정을 인지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간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투자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나의 투자 성향과 행태를 돌아볼 때다.

안철민 FTA 투자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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