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낙마 속단 일러 … 물밑싸움 치열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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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왕리쥔 사건을 둘러싼 이번 권력투쟁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예상된다. 첫째는 보시라이가 타격을 받아 낙마하는 경우다. 그러나 그 화가 시진핑에게 미쳐 총서기가 되지 못하는 그런 사태까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는 태자당과 공청단이 모두 합의해 받아들인 차기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으로선 군기 잡기에 쓸 ‘보시라이’라는 좋은 칼 하나를 잃는 셈이다. 따라서 집권 1기에 해당하는 2012~2017년의 5년은 후진타오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둘째는 왕리쥔 사건이 보시라이에게 불똥이 튀지 않고 마무리되는 경우다. 중국의 태자당 입김이 작용하는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사이트 둬웨이(多維)는 이와 관련해 발 빠르게 왕리쥔과 보시라이 두 사람 간에 분명한 선을 긋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왕리쥔 사건은 왕 개인의 문제이지 보시라이와 관계없다는 것이다. 왕 사건 이후에도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사이트 런민왕(人民網)에 보시라이 동정이 자세하게 실리고 있는 게 보가 문제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왕리쥔이 보시라이를 비난했다는 건 결정적 순간에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보시라이에 대한 섭섭함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권력투쟁에서 보시라이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아직 그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보가 낙마하고 시진핑이 이끄는 태자당의 약세로 이어질지, 아니면 보가 되살아나 공청단에 압박을 가하게 될지는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 앞으로 보시라이가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매스컴에서 사라지면 실세(失勢)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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