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개혁, 미·중 ‘그레이트 게임’ 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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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의 민주화 개혁조치를 그만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간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시각이다. 미얀마 문제 전문가인 버틸 린트너(Bertil Lintner)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미얀마의 봄’을 분석했다. 다음은 그 요지.

 미얀마 군부정권은 학생 시위를 유혈진압한 1988년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자 중국과 밀착했다. 76년 마오쩌둥 사망과 덩샤오핑 등장 이후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아선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천연가스와 목재, 수자원 등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이 탐났다. 아울러 쓰촨(四川)과 윈난(雲南)성 등 중국 내륙에서 인도양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미얀마의 철도와 이라와디 강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무원이던 미얀마는 중국으로부터 인프라 개선 자본과 무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양국 관계는 2008년 미얀마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가스와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합의로까지 발전했다.

 지정학적 요충지의 미얀마와 세계 2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관계가 깊어지자 미국과 EU 등은 미얀마와의 관계 재설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미얀마가 북한으로부터 레이더 등 무기는 물론 핵 관련 기술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심해지는 미얀마로서도 어떻게든 서방과의 화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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