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건담..그리고 그 시리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원작 :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제작사 : 선라이즈

내가 만약 단순히 '건담은 명작이다'라고 말해버리면 그것은 건담 20년 역사에 상당히 폐가 될 것이다.

1978년, 선라이즈와 반다이에 의해 탄생된 이 애니메이션에 또 무슨 덧붙일 말이 필요하겠는가마는 명작 시리즈를 적으면서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높은 산이기 때문에 몇 마디 적고자 한다.

1978년, 그 해는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업계를 벌컥 뒤집어 엎을만한, 아니 뒤집어 엎어버린 기록적인 해였다. (아..내가 태어나기도 전인데..)

지금까지 로봇만화가 갖고 있었던 모든 통념을 사그리 갈아 치울만한 작품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기동 전사 건담〉이 그 주인공이다.

제일 처음 방영했던 건담의 대단한 점은 건담이 바로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와 더불어 그 이전까지 주류였던 슈퍼 로봇계열(마징가 Z, 단쿠가, 겟타로보 등의 작품)
에서부터 리얼 로봇계열의 만화로 사람들의 인기를 옮기게끔한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그때까지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의식적으로 외면해온 진짜 전쟁의 세계, 다분히 매니아적 요소가 가미된 전쟁을 들어냈다는 점도 높이 살 수 있다. 왜냐하면 1978년도에는 이미 전후에 태어난 새로운 세대가 문화 향유의 표면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전까지의 사람들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원했다. 마징가 Z처럼 최강이자 무적의 로봇과 그들이 장난같은 싸움이 청소년 주류의 인기를 비켜갔을 때 그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로봇 전쟁물인 건담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것이 벌써 20년을 넘어버린 건담 역사의 시작이었다.

20년의 역사 속에서 건담은 작품속에 수많은 스토리를 펼쳐왔다.
빠질 수 없는 것은 초대 건담의 파일럿이자, 뉴 타입의 완성형이라고 불려진 아무로 레이와 그의 최고의 호적수인 샤아 애즈너블의 관계다. 그들은 〈기동 전사 건담〉에서부터 〈Z 건담〉 〈ZZ 건담〉,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이 되어버린 〈기동 전사 뉴 건담〉에 이르기까지 인연을 계속 잇는다.

그중 특히 아무로의 경우, 그가 남긴 만화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Z 건담〉에서는 카뮤 비단이, 〈ZZ 건담〉에서는 쥬도 아시타가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 존재를 어필할 정도로 짙은 존재감을 갖고 있는 아무로. 그와 샤아가 〈기동전사 뉴 건담-역습의 샤아〉에서 사라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건담도 끝인가...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서는 무려 200년이라는 세월이 계속 흘러 〈건담 W〉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러한 주된 스토리 외에도 역사의 정면에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서브 스토리가 많은 것도 건담 팬이 늘어나는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연도를 제목으로 한 〈0080〉 〈0083〉 〈0079〉 같은 작품도 있고, 화이트 베스의 함장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를 주인공으로 한 〈섬광의 하사웨이〉, 78~79년도에 있었던 '1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 〈MS-08소대〉.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스토리에 건담이라는 모티브만 따온 〈F-91〉, 〈G 건담〉, 〈S 건담〉 등등, 건담 시리즈는 끝도 없다.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반다이의 뛰어난 상술이라는 것도 있지만, 세대를 넘어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인기를 끌어온 건담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건담을 뽑은 이유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고 확인하길 바란다.

하승빈 사이버리포터<cityknights@hanmail.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