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로수 은행나무 단속

중앙일보

입력

대구 도심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몰래 따가는 시민들이 늘면서 공무원들이 이를 단속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수확기가 되면서 은행을 몰래 따가는 시민들과 공무원들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심지어 은행을 따다 숨지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새벽 수성구 황금동 동대구로에서 은행을 따던 김모 (46.남구 이천동)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앞서 18일 오전 5시쯤에도 황금동 동대구로변의 은행나무에서 은행 2㎏을 딴 함모 (45.여.수성구 두산동)
씨 등 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를 적용, 범칙금 5만원씩을 물렸다. 은행을 따다 숨진 사람도 있다.

20일 오후 7시 10분쯤 북구 산격동 경북대 후문 인근 은행나무에 올라가 은행을 따던 金모 (64.북구 산격동)
씨가 5m아래 도로로 떨어진 것을 길가던 박모 (22)
씨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뇌출혈로 숨졌다.

구청이나 파출소 마다 "은행을 몰래 따고 있다" 는 신고도 들어오고 있다.

서구청 최한부 공원녹지계장은 "은행이 혈액순환과 천식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로수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은행을 따더라도 나무나 훼손하지 말아달라" 고 호소했다.

이쯤되자 구청 마다 은행나무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서구청은 20일부터 공익근무요원들을 동원해 은행을 따는 작업을 펴고 있다. 달서구청은 녹지계 직원들로 팀을 짜 순찰을 하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대구시에서는 은행을 따 구청 재정에 보태라고 하지만 시민들이 모두 따가는 바람에 수확할 것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며 허탈해 했다.

은행나무는 해충과 공해에 강하고 전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 관리비 부담도 적어 가로수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대구 시내에만 2만8천여그루가 심어져 있다.

대구 =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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