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2명이 초등생 25명 추행 … LA 학교직원 120명 전원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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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이 6일(현지시간) 교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LA 미라몬티 초등학교 정문 앞을 지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직원 120여 명이 전원 교체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두 명의 교사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되면서다.

 LA 경찰은 어린 학생들을 성추행한 LA 미라몬티 초등학교의 전직 교사 마크 번트(61)와 마틴 버나드 스프링어(49)를 1일(현지시간) 긴급 체포했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번트는 히스패닉계 학생이 많은 이 학교에서 30년 이상 근무했고, 최근 수년간은 주로 3학년을 담당했다. 번트는 학생들이 먹는 급식에 자신의 배설물을 넣거나 벌레를 사용해 아이들에게 가학적인 행동을 한 뒤 사진을 찍는 등의 음란 행위를 저질렀다. 사진 속에는 테이프로 입이 가려진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은 번트의 모습도 담겨 있다. 번트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학생 23명들에게 ‘놀이’를 하자고 제안해 교실에서 이런 엽기적인 사진을 촬영했다.

 스프링어는 7살짜리 여학생 2명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교사는 합동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번트는 1998년에도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두 교사의 추악한 행각은 지난해 1월 번트의 사진 40여 장을 현상하던 사진관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두 사람은 곧바로 직위해제됐다. 경찰은 지난주 두 사람을 체포하고 1년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번트의 자택에서는 엽기 사진 100여 장이 추가로 발견됐다. 압수물품 중에는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포르노 DVD와 함께 이와 비슷한 포즈를 취한 아이들의 사진도 포함됐다.

 경찰은 7일 120여 명에 달하는 이 학교 교직원 전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존 디지 교육청장은 이날 학부모들과 만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교사들을 동료 교직원들이 감쌀 우려가 있다”며 교직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한 방침을 전했다. 미국에서 보기 드문 초강경 대책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수차례 피해 신고를 했는데도 학교 측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반영된 것이다. 교체 대상에는 교장과 교사 전원, 행정직원, 심지어 식당 요리사와 정원사 등 전 직원이 포함됐다. 직원들은 일정 기간 성추행 예방 교육을 받은 뒤 대부분 다른 학교로 재배치될 예정이지만 교사들의 복직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교사 노조는 7일 “성추행 범죄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교육청의 조치를 지지했다. 학교는 8∼9일 이틀간 임시 휴교 후 새로운 교사·임직원이 결정되는 10일쯤 수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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