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당에 모든 거취 일임” … 박근혜계 중진들은 용퇴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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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뒤인 8일 홍준표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 결정을 당에 일임하겠다. 19대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을 개혁하고 쇄신하지 않고선 당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 받을 수 없다. 당의 쇄신 노력에 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공천심사위원회가 오지(奧地)에 가라면 오지로, 험지(險地)에 가라면 험지로 갈 테니 자신을 ‘전략카드’로 쓰라는 얘기다.

 그는 “정권이 넘어가는 판인데 선수(選數) 하나를 더 쌓고, 야당 5선을 하는 게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며 이번 결정이 ‘희생’임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상돈 비상대책위원 등이 전직 당 대표들에 대한 공천 불가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先手)를 쳐버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지역(동대문을)에 자신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홍 전 대표와 달리 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이번 주 중 공천 신청을 마치려는 움직임이다. 홍사덕(6선·대구 서구) 의원은 “(박 위원장이) 대선 때까지 몇 번의 고비가 있을 텐데 그때 중심을 잡아줄 사람은 역시 다선 중진들”이라며 공천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종근(4선·대구 달서갑) 의원은 “지역 여론이 잘 나오고 있다”며, 허태열(3선·부산 북-강서을) 의원은 “야권의 도전을 잠재우려면 경륜 있는 후보여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경재(4선·인천 서구-강화을)·송광호(3선·충북 제천-단양) 의원 등 다른 박근혜계 의원과 정몽준(6선·서울 동작을)·안상수(4선·경기도 의왕-과천) 전 대표, 이재오(4선·서울 은평을) 의원 등 구주류 중진 의원들도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이 용퇴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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