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주먹대결 '빅쇼'

중앙일보

입력

"휴스턴에서 못가린 승부를 가리자."

올림픽 3연패의 대기록을 노리는 쿠바의 펠릭스 사본(33)과 무장강도 장기수에서 일약 '미국의 영웅' 으로 도약을 꿈꾸는 마이클 베넷(29)간의 '결투' 가 26일 벌어진다.

준준결승이지만 헤비급에서는 사실상 결승전으로 꼽히는 시드니 올림픽 복싱 최대의 이벤트가 될 전망.

사본은 올림픽 2연패와 함께 1986년 이후 세계선수권을 무려 여섯차례 연속 제패한 아마추어 복싱의 절대 강자. 프로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전성 시절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복서로도 꼽혔다.

사본이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테오필로 스테벤손(쿠바)과 라즐로 파브(헝가리)에 이어 사상 세번째로 올림픽 3연패를 이룬 복서가 된다.

1m98㎝의 큰 키로 경쾌한 스텝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아웃복싱 선수로 꼽힌다. 링에 입장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긴 다리로 로프를 타넘고 들어오며 상대의 기를 죽인다.

이에 맞서는 베넷은 복싱과 인연을 맺은지 불과 2년밖에 안되는 신예. 20대 초반 무장강도 행위를 하다 붙잡혀 7년간 복역한 경력 때문에 복싱에 늦게 입문했으나 천부적인 자질을 바탕으로 데뷔 첫해인 98년 미국 아마추어 복싱을 석권했다.

빠른 몸놀림과 파괴력 넘치는 펀치를 바탕으로 한 인파이트 복싱을 한다. 복싱에 관한 동물적 감각은 절대 사본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 사본과 자웅을 다툴 뻔했으나 쿠바가 대회 도중 판정문제로 잔여경기를 모두 포기하고 철수하는 바람에 경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선수간의 대결은 서로 '복싱 왕국' 을 자처하는 미국과 쿠바의 자존심까지 곁들여져 더욱 뜨거운 열기를 뿜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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