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에 불과한 윈도우 Me

중앙일보

입력

필자는 지난 석 달간 윈도우 밀레니엄 에디션(Windows Millennium Edition: Windows Me)을 사용해 본 결과 만족스럽지 못하단 결론을 내리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우 Me가 기업용보다는 가정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한다. 안됐지만 필자는 개인적인 연구용로도 업무용으로도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윈도우 Me의 가장 큰 문제는 성능이 엉망이란 것이다. 윈도우 Me가 작동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어진다.

윈도우 Me의 속도 저하 문제는 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새로운 벨트 앤 서스펜더(belt-and-suspenders) 접근 방식 때문이다. PC 보호를 위한 이런 접근법은 시스템 파일 보호, 시스템 복구, 통합 도우미 센터 같은 성능을 포괄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것들 중 문제되는 건 하나도 없다. 윈도우 자체가 워낙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동일한 안전 벨트들은 성능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E테스팅 랩(ETesting Labs, 이전 ZDLabs)은 중앙부의 안전 시스템이 작동할 때 벤치마크 시스템 성능이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는 걸 발견했다. 동일한 기기로 측정해도 한 번 실행에서 다음 실행으로 넘어갈 때 30% 이상 전반적인 속도 저하 현상을 보였다.

이론상으로 이런 결과는 벤치마크의 요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필자는 2~3개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킬 때 종종 유사한 성능 저하 현상을 겪었다. 필자는 동시에 3개 이하의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이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다.

더욱 한심한 것은 동일한 기기를 사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 5.5를 윈도우 98SE 상에서 실행하는 것보다 윈도우 Me에서 실행하는 게 더 느리다는 사실이다. 시스템 자원을 30%나 낭비하는 거추장스런 기능들은 없는 게 낫다. 사용해본 사람들은 책상 위의 모니터를 집어 던지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다. 다행히 필자 방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어서 모니터는 무사했지만 필자의 발은 아직 쓰리다.

당신의 데스크톱 윈도우에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가? 윈도우 Me로 골치 썩을 것 없이 시만텍의 노턴 시스템워크 2000(Norton SystemWorks 2000)을 구해 현재 쓰고 있는 윈도우 95나 98에서 실행시키라. 이 방법이 당신의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안정성있게 작동하게 만드는 상책이다.

윈도우 Me의 온갖 안전 장치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시스템은 윈도우 Me를 설치했을 때 윈도우 98SE 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사용자 편이성에 있어서 성가신 점이 있단 것도 언급해야 겠다. 윈도우 Me는 더 새롭고 더 나은 데스크톱 윈도우의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윈도우 98SE에 비해 장치 지원 면에서 훨씬 뒤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조악한 기술들을 모아 만든 합작품인 것 같다. 이 운영체제는 조금만 충돌을 일으키거나 다운돼도 파란 화면을 띄운다.

물론, MS의 어떤 운영체제라도 첫 버전에 버그가 많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라 해도 아무튼 윈도우 Me는 기억에 남을 기록적인 실망거리로 남게 됐다. 윈도우 Me는 너무 성급하게 시장에 나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W2K 프로페셔널(Windows 2000 Professional)을 필자의 기기에 두 번째 설치했을 때 아주 훌륭한 성능을 보였다. 이 제품이야말로 필자가 본 초기 운영체제 중 최고인 것 같다. W2K의 후속 모델인 윈도우 Me는 정말 실망 그 자체다. MS의 새 데스크톱 운영체제를 원하는 독자는 서둘러 윈도우 2000 프로페셔널 카피를 구해 설치하기를 권한다.

앞으로 시장을 전망해 보건대, W2K 서버에서 운영 가능한 백오피스 애플리케이션들과 향상된 W2K 운영체제를 올해 말 안에 시장에 내놓는다는 MS의 비현실적인 계획에 대해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리눅스가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MS가 자사 운영체제 고객들을 진지하게 고려하고자 한다면 자사 제품을 제대로 손보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본다.

W2K를 보면 MS는 그럴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된다. MS는 윈도우 Me를 통해 앞으로 이런 작업들을 어떻게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할지 배워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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