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다스 베이더’, 신사동 카페 ‘카누’ ? … 알고 봤더니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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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12월 7일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다스 베이더와 스타워즈 군대. KT가 ‘올레 LTE 워프’ 서비스 광고의 사전 단계로 기획한 거리 이벤트였다.

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약 30명이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와 그를 따르는 군대(스톰 트루퍼) 차림을 하고 나타났다. 이들은 말없이 줄을 지어 행진을 해서는 공항을 빠져나갔다. 직후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공항에 스타워즈 군단이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퍼졌다. 온라인에는 ‘2012년 2월 개봉하는 스타워즈 3D의 광고’라느니, ‘스타워즈 팬들의 장난끼 어린 행위(플래시 몹)’라느니 여러 설이 퍼졌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흘러 공항 소동이 잠잠해졌던 지난달 31일. 다스 베이더를 앞세운 스타워즈 군단이 다시 나타났다. 서울 강남·대학로·홍익대앞 등지에서 행진을 하다 멈춰 서서 ‘좌향좌’ ‘뒤로 돌아’ 같은 군대 제식훈련을 했다. 행인들과 사진·동영상도 찍었다. 그러나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는 물음엔 묵묵부답이었다. 이들의 출현은 또다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정체는 사흘이 더 지난 올 1월 3일에 밝혀졌다. KT의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인 ‘올레 LTE 워프(WARP)’ TV 광고에 다스 베이더가 등장한 것. 거리에서의 퍼포먼스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종의 ‘티저 광고’였던 셈이다.

 기업들의 광고·마케팅이 복합화되고 있다. 거리에서의 소비자 직접 접촉과 신문·TV 광고, 그리고 SNS를 통한 입소문을 한꺼번에 일으키는 방식이다. 대체로 일단 접촉 효과가 높은 거리 이벤트를 하고, 이것이 SNS를 통해 퍼지게 하며, 이후 신문·TV 광고를 해서 더 넓은 대상에게 브랜드와 상품·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KT 신훈주 상무는 “거리 이벤트가 SNS에서 이슈가 되면 신문·TV 광고 주목도가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그래서 요즘 기업들은 광고·마케팅 전략을 짤 때 ‘어떻게 SNS상에서 눈길을 끌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원두 커피 ‘카누(KANU)’ 마케팅을 위해 서울 신사동에 만들었던 카페 ‘카누’ 야경.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KANU)’의 마케팅 역시 복합 방식으로 전개됐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라는 광고 문구를 내건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2주일 동안 진짜 카페의 문을 여는 것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KANU. 10월 19일 오픈’이라는 광고를 했다. SNS를 통해 ‘신사동에 있는 것이 본점 같은데 커피 맛이 어떻더라’는 소문이 퍼질 때쯤, 카누는 광고를 통해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실체를 드러냈다. 이 또한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노리고 거리 체험→SNS→광고라는 수순을 밟은 것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그룹이미지 마케팅 ‘버스콘서트’도 같은 기법을 구사했다. 가수 김범수·아이유·설운도가 통근·스쿨버스와 새벽·심야 노선버스에서 노래를 하던, 바로 그 마케팅이다. 실제 콘서트 현장을 촬영·편집한 뒤 SNS에서 ‘김범수가 버스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소문이 퍼지는 데 맞춰 광고를 내보냈다. 이후 현대차 측은 버스콘서트에 관심이 높아진 네티즌들이 ‘버스에 얽힌 추억’을 ‘버스콘서트 페이스북’에 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2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티저(teaser)광고 회사나 브랜드·제품을 밝히지 않아 소비자의 호기심을 일으키도록 꾸민 광고. 실체를 밝히는 2탄 광고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1913년 미국에서 나온 ‘캐멀’ 담배 광고가 효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타들이 온다(The Camels are coming!)’라는 글귀만을 내걸어 호기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선영아 사랑해’라는 두 마디를 달랑 내비쳤던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마이클럽의 2000년도 광고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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