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2014년까지” 버냉키 선물에 시장 기대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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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호 03면

나이젤 채프먼 전 영국 BBC월드서비스 국장이 2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장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 주최로 열린 ‘난민체험’ 역할극에 참여했다. 군인들에게 귀중품을 바치고 음식을 얻는 난민 역할을 하고 있다. [다보스 AP=연합뉴스]

지난주는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시장이 한껏 들떴다. 글로벌시장에 돈이 많이 풀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2014년 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돈을 더 싸게, 더 오랫동안 빌려 쓸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간 미국은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었으나 버냉키가 이를 더 연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 이하에 머문다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초저금리로도 안 되면 시중에 있는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어 경기부양(3차 양적완화)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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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재정난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직간접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관심을 끌었던 이탈리아 국채 발행(110억 달러 규모)도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돈을 풀어 무난히 넘겼다는 평가다. 이같이 글로벌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한국·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외국계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도 이런 영향을 받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5거래일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갔다. 미국·유럽 등에서 들어온 외국계 자금이 한국의 주식을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이 기간 매수 규모는 5조8845억원이다. 올 들어 총 6조2421억원을 순매수해 2009년 7월 기록했던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기록(5조9401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비율은 33.3%다.

뒤집어 보면 외국인들은 향후에 원화가치 상승까지 노리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달러가 많이 풀려 상대적으로 한국의 원화가치가 올라갈 것에 베팅을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원화가치가 달러당 1000원 선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에는 112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자본주의 위기 논란은 지난주에도 계속됐다. 25일 스위스에서 개막된 다보스포럼의 주제도 ‘자본주의 위기’였다. 치열한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낙오자를 껴안지 못했기 때문이란 진단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중국식 자본주의가 해법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2·3세들이 서민들의 생계형 사업인 빵집·커피숍에 진출한 실태를 조사해 보라는 지시를 해 재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은 이들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삼성 계열인 호텔신라가 커피와 베이커리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범LG가(家)의 식품회사인 아워홈도 순대·청국장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했다. 뒤이어 현대자동차도 빵사업인 ‘오젠’을 접겠다고 했다.

2003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9년 곡절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을 27일 승인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지분 51.02%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국내 금융권은 우리·하나·KB·신한의 ‘빅4체제’로 재편됐다. ‘먹튀 자본’ 논란이 일었던 론스타는 매각차익 4조6000억원을 포함해 6조원을 챙겨 떠나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은 명백한 위법이라 원천무효라는 주장이다. 금융위는 논란이 있던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관련해 어정쩡한 판정을 내렸다. 법문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법의 취지 등으로 보면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김석동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공언하고 있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외환은행 인수가 결정되면 거취를 밝히겠다고 했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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