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들어온 벌 삼킨 한국계 女교사, 美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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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리처드 위트마이어 지음
임현경 옮김, 청림출판
336쪽, 1만5000원

한창 수업 중인 교실로 호박벌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아이들이 “벌이다, 벌” 하며 난리를 피울 수밖에. 교사는 마침 옆에 내려앉은 벌을 종이뭉치로 때려잡고는 그대로 삼켜 버렸다. 꿀꺽.

 1992년 미국 볼티모어시의 할렘파크 초등학교에서 있은 일이다. 그리고 벌을 삼킨 선생님은 스물한 살의 한국계 미셸 리. 한때 워싱턴 DC의 교육감으로 공교육 개혁의 선봉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빈민가의 학생들과 막 씨름하기 시작했던 신참 교사 시절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미셸 리

 그 미셸을 다룬 이 책은, 그래서 원제가 ‘벌을 삼킨 이(Bee Eater)’ 이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쓴다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 미국의 손꼽히는 교육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단순한 평전을 넘어선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셸 리의 삶에 관한 부분이 뼈대를 이룬다. 술과 마약을 멀리 하는 것은 물론 일주일에 한 번 허용된 밤 외출(그것도 11시가 ‘통금’이었단다)로 표현되는 엄격한 가정교육이며, 코넬 대학 졸업을 앞두고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교직에 뜻을 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역시 초점은 교육. 교육감으로 임명돼 처음 방문한 초등학교 복도에서 “학부모와 학생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교사도 결코 극복하지 못한다”란 표지판을 본 후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 이후 아이들에게 ‘꿈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학생들 교육보다 시민들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힘쓰는 행정당국의 무사안일함, 쓸데없이 예산만 잡아먹는 학교의 폐교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자질과 열의가 부족한 교사의 해고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교원노조와의 마찰 등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그가 고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톨레도의 샌드위치 가게 주인은 “마디가 많은 소나무로는 결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들 수 없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들고 싶다면 마디가 많은 나무는 갖다 버려야 해”라며 무능한 직원을 가차없이 해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해고된 무능교사가 다른 학교에 취업하는 것까지 막은 미셸 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기에 그는 “협력과 협조, 그리고 합의라는 단어의 의미는 몹시 과대평가됐다”며 자신이 학생에게 최선이라고 믿는 것을 얻기 위해 ‘개혁’을 밀어붙였다.

 올바른 목표와 무모할 정도의 추진력에도 미셸리의 교육개혁은 좌절됐다. (절대 실패가 아니다) 이 책이 교육문제보다 개혁에 방점을 찍어 읽으면 더욱 좋을 이유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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