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동시입장 남북기수 박정철ㆍ정은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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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의 올림픽 동시입장에 `한반도기'를 함께 들 남북 기수인 정은순(29.삼성생명)과 박정철 북한 유도대표팀 감독.

당초 남북한이 각각 기수를 정해놓았으나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두 선수단이 같은 단복을 입고 동시입장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뜻밖의 '횡재'를 하게된 주인공들이다.

▲정은순

180명의 선수단에 앞서 박정철 감독과 함께 한반도기를 마주잡게 될 정은순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

정은순은 187cm의 큰 키로 178㎝, 92㎏인 박정철 북한 유도감독과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돼 남측 기수로 뽑혀 60억 지구촌 가족 앞에서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게 됐다.

인천 인성고 1년이던 87년 3월 국가 대표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었고 고교를 졸업하던 90년 삼성생명에 입단, 데뷔 첫해에 신인상을 받았으며 91년이후 단 한번도 팀의 베스트 5에서 빠지지 않았다.

또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과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2연패를 이끌어 주목을 받았으며 97년과 99년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만년 2위에 머물던 한국에 연속 우승의 감격을 안겨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 오륜 경험도 갖고 있다.

98년 여자프로농구 원년에 최우수선수(MVP)로 선발됐고 프로 첫 트리플 더블을 작성하는 등 골밑 뿐 아니라 안정된 중거리 슛과 노련한 플레이가 돋보여 완벽에 가까운 센터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여름리그에서도 팀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처음 수입된 중국 용병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은 기량을 과시, 전성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대표로서는 마지막이 될 이번 올림픽에서도 정선민(26.신세계)과 함께 더블포스트로 투입돼 84년 LA올림픽 은메달의 영광을 재현할 주역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정철

박정철 감독은 북한 유도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87년 세계선수권대회 81㎏급에서 은메달을 획득, 북한유도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메달획득 기록을 남겼고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지도자로 변신,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 81㎏급 결승에서 한국의 조인철과 맞대결했던 곽억철은 박감독의 지도력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감독은 12살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천부적인 힘을 갖춘 박 감독은 조선체육대학 때 이미 적수가 없을 정도로 기량이 향상됐고 이후 국가대표를 도맡다시피 했다.

은퇴 이듬해인 91년부터는 대표팀 남자코치를 맡아 중량급 선수들을 지도했다.

93년에는 감독으로 승진했고 9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포함한 각종 대회에 북한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해 왔다.

박감독은 국제심판 자격증도 획득, 종종 심판으로도 나서며 평양체육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현재 92㎏, 178㎝ 체구이며 아들만 둘을 두고 있다. 고향은 평양.

박감독은 90년 아시안게임에서 현재 한국유도대표팀의 박종학(43) 감독과 의형제를 맺기도 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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