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악취미의 향연 '엽기물'

중앙일보

입력

명쾌하고 즐거운 웃음이 아니라 얼굴을 찡그리며 괴로운 웃음을 유도하는 만화들.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이 괴로워하면서도 괴이하고 잔혹하며 기괴한 것을 즐겨 찾는데 이것을 소위 '엽기물'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은 하지만 감히 꺼내놓지 못하는 행동들. 누군가가 꺼내놓으면 내 속마음을 들켜버린것 같은 부끄러움과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구나라는 동질감...

추석연휴,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악취 나는 만화를 끼고 방에서 빈둥거리며 즐거움을 나누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듯.
화요일에 추석이 끼여들어 기가 막힌 연휴로 이어진 이번 주는 엽기물을 소개한다.

미노루 후루야 Let's Go!! 이나중 탁구부
서울문화사/ 13권 완간

가늘고 둥근 눈썹에 큰 머리, 그리고 쭉~ 찢어진 눈. 이나중 탁구부에 가입된 부원들이 벌이는 치사하고 지저분한 일들. 탁구부원이 이들은 정작 탁구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일명 마에노 일당이라 불리는 삼총사 마에노, 이자와, 다나까. 이들은 지저분하고 변태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여기에 그나마 정상적인 다께다와 몸에 털이 없는 장발의 기노시타, 항상 담배를 피우는 쿄꼬, 혼혈아로 온몸에 털이 나있고 악취가 나는 다나베 등등.

이 만화를 가만가만 읽다보면 다루지 않는 장르가 없다. 학교를 배경으로 폭력과 연애를 시작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기도 하며 나중에는 외계인까지 등장한다.

처음에는 너무나 엽기적인 지저분함에 읽기가 고통스럽겠지만 몇 권만 지나가면 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주는 이 작품에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상영 미스터 부
대원씨아이/ 12권 완간

고담면에서 폭력조직 아구파, 킬러 살벌한, 면장과 그의 딸 복녀, 만화가 전군, 그리고 백수 미스터 부가 벌이는 마을 수복하기, 마을사람 지키기의 이야기다.

'무섭대두권' '콧구멍에 주먹넣기' '눈알잡기' '화염방귀' 등 엉뚱한 권법을 사용하며 상상할 수 없이 넓은 영역의 패러디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 작품은 주인공 미스터 부가 마을의 암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영웅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끌어낸다.

꽃돼지를 안은 피그로우(크로우의 패러디)를 등장시키고 각종 연예인들을 미스터 부의 권법중 일부로 만들어 버리며 가차없이 사회를 욕한다.

끝으로 갈수록 작가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면서 무거운 주제를 끌어내는 〈미스터 부〉를 이상한 작품이라고 평가하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이 작품은 그나마 엽기물중에서도 점잖은 편에 속한다.

겐지 하마오카 우당탕탕 괴짜가족
서울문화사/ 23권까지 출간

도무지 정상적인(?)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만화. 이것은 모든 가족들이 그렇다는 것에 더욱 충격이 크다.

택시운전사인 다이테츠와 엄마 준코, 그리고 하루오, 사쿠라, 고테츠, 유우타. 그리고 할아버지인 킹테츠 가족들과 그 주변인물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벌어진다.

장난이 심하긴 하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주인공 고테츠, 가난하고 지저분하지만 의리있고 꿋꿋한 친구 진과의 상반되는 인물 설정도 재미있다.

이 작품에서는 모든 상황이 엉뚱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있던 일상적인 규칙들을 무시해야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우당탕탕 괴짜가족〉에서 이방인은 작품내에 있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