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직 단념자까지 실업자로 계산 …현실 최대한 반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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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07면

각국의 고용지표가 노동시장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양하고 복잡한 노동시장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지표를 만드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래서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은 실업 지표를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조사·작성해 발표한다. 독보적인 정답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고용상황을 나타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실업률 관련 보조지표들까지 지원해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관심에 맞게 노동시장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선진국 실업률 통계는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은 공식실업률 외에 ‘노동력 불완전 활용도 지표(Alternative Measures of Labor Underutilization)’인 체감실업률을 6가지(U1∼U6) 발표한다. 특히 U6는 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구직 단념자와 한계 근로자에다 비자발적으로 36시간 미만 취업자를 모두 실업자에 포함시킨다. 한국 노동 현장에서 주장하는 ‘사실상 실업자’를 정부 공식 통계로 내놓는 것이다.

공식실업률을 따질 때는 인력시장에서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 낙담하여 구직활동을 일시 중단한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간다. 그만큼 실업률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U6는 이들까지 포함해 실업률 수치가 현실에 맞게 올라간다. 실제 경제주체들이 노동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
또 짧은 시간 일하는 사람이 현 고용 상태에 불만을 갖고 구직활동에서는 오랜 시간 일하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들도 공식실업률 계산에는 취업자로 잡혀 오히려 실업률을 하락시키지만 U6의 체감실업률은 실제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실업률 수치가 올라간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도 미국과 비슷하게 네 가지 ‘노동력 불완전 활용도 지표(Measures of Labor Underutilization)’를 서비스한다. 공식실업률에서는 빠지지만 체감실업률에는 불완전 취업자와 구직 단념자 등이 들어간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은 체감실업률로 ‘대체 실업률 지표(Supplementary Measures of Unemployment)’를 8가지(R1∼R8) 발표한다. 이들 지표엔 전 직장으로 복귀를 기다리며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현재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지만 4주 후에 일할 직장이 정해진 사람, 고용주로부터 연락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등도 실업자에 포함시킨다. 회사 형편이 좋지 않아 일시 휴직했거나 퇴사한 이후 상황이 좋아지면 복귀 약속을 받은 사람들도 고용 불안을 느끼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공식실업률에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해서 실업률을 낮추지만, 체감실업률에는 오히려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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