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고물상 금고 턴 중2 … 단란주점서 500만원 다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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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주 S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을 휘둘러 후배 아버지의 고물상 금고를 훔치도록 한 속칭 ‘일진’ 중학생들이 유흥비로 이 돈을 탕진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18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L군(16·중2)은 지난 10일 오후 11시50분쯤 P군(15·중2) 등 2명을 협박해 500여만원이 든 소형 금고를 훔치도록 했다. 지난해 7월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100여만원을 갈취한 같은 학교 후배 A군(14·중1)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물상에서다. 동급생보다 한 살 많고 덩치가 큰 L군은 평소 3학년 학생 5∼6명과 어울려 다니며, 2학년에게 수시로 “돈을 모아 오라”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담 밖에서 기다리던 L군은 “돈을 건네받은 뒤 곧장 친구 2명과 함께 광주시내의 한 단란주점으로 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곳에서 양주 3~4병을 시켜 마시며 100만∼150만원을 썼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흥업소를 수차례 드나들며 나머지 돈도 모두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이 학교에서 조직적인 ‘피라미드식’ 금품 갈취가 있었던 정황을 잡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피해 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L군 등이 이 학교 1~2학년 후배 15~20명을 상습적으로 때리며 돈을 빼앗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L군 등 일진이 2학년에게 상납액을 정해주면 2학년이 1학년에게 돈을 모아 오게 하는 식이다. 학교폭력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은 이렇게 빼앗은 돈으로 술과 담배를 사거나 PC방에서 썼다고 한다.

강성복 광산경찰서 강력팀장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 주까지 구체적인 학교폭력과 갈취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S중학교를 상대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L군은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늘 겉돌았다”며 “담배를 피우거나 지각해서 벌점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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