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이 100점이면 한국은 66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제이 브라이슨(左), 준웅(右)

“미국·유럽의 글로벌 은행 수준이 100점이라면 한국 은행들은 66점에 불과하다.”

 중앙일보가 국내외 전문가 8명에게 세계 시장과 견줘 국내 은행의 점수를 매겨 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이들은 대체로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 살아남을 만한 실력이 부족하고 노하우를 가진 인력풀도 빈약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기적인 전략 부재 탓에 국내 은행의 글로벌화가 더딘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석윤 골드먼삭스 한국 공동대표는 “글로벌 은행을 경영해 본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영업의 리스크를 관리할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회사 탁양현 상무도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부족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희 아문디 홍콩법인 전무 역시 “취약한 리스크 관리와 특수 상황에 대한 적응력 부족”을 약점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해외진출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또 중국과 동남아·중앙아 등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이머징마켓을 공략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금융선진국에서는 배울 것은 많아도 직접 영업으로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한국보다 경제발전 단계가 낮은 나라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해외진출 방식을 놓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준웅 트레드니들 아태지역 부사장은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에 진출하라”며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게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기 단계엔 출장소나 지점 개설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본지는 하나금융경제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주일간 유럽과 중국·동남아 세 루트를 돌며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이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특별취재팀

◆설문에 응해 주신 분들=골드먼삭스 최석윤 한국 공동대표·탁양현 상무, 미 웰스파고은행 제이 브라이슨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레드니들 준웅 아태지역 부사장, 다이와투신 투자자문 서울사무소 이케다 데루야키 대표, 호주 ANZ 김기석 한국 대표, 아문디 이수희 홍콩법인 전무, 한국투자공사(KIC) 김상준 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