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전격 사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승유 회장(左), 김종열 사장(右)

하나금융지주 김종열(60) 사장이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 시각은 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의 사퇴는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를 확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년 전 회장·사장·은행장이 동반 퇴진했던 ‘신한금융 사태’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해 만 60세 넘는 최고경영자(CEO)는 퇴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8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김 사장은 2008년부터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나.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기로 했다. 내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선두에서 지휘해서 ‘강성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가 힘들어지는 듯해 실무총괄자로서 고민해왔다. ”

 -다른 이유는 없나.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다. CEO가 너무 오래 하면 안 좋다. 요즘 금융이 많이 욕을 먹는다. 1% 대 99% 얘기도 그래서 나온 것 아닌가. 금융 CEO는 만 60세가 넘으면 물러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김승유 회장과 상의했나.

 “안 했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금융 김승유(69) 회장은 김 사장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뒤 본지와 통화했다. 김 회장은 “내 나이 70이고 할 만큼 했다. 연임 여부에 대해 결심한 게 있다”며 사실상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최근 김 회장은 사석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떠나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아래는 김 회장과 일문일답.

 -김 사장 사의, 언제 알았나.

 “ 발표하고 나서 얘기하더라. 이유는 내일(12일) 아침에 듣겠다.”

 -김 사장과 사이에 문제가 있나.

 “그 사람은 내가 신입직원으로 뽑은 사람이다. 어떻게 사이가 안 좋을 수 있나. 평생을 같이할 사람이다. 전혀 관계없다.”

 -임기가 3월까지인데, 연임하나.

 “연임에 대해 내가 결심한 게 있다.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나면 얘기하겠다.”

 -김 회장을 이어 이끌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개인적으로는 (이끌 수 없을지) 몰라도 조직으로는 할 수 있다. 팀으로 하면 된다.”

 -연임을 안 한다는 뜻인가.

 “내 나이 70이다. 할 만큼 했고 혜택받을 만큼 받았다. 나는 조금도 욕심 없다. 나만큼 평생 모든 걸 얻은 사람도 없을 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