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종말 ‘5분 전’… 2년 만에 1분 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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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후의 순간을 상징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1분 앞당겨져 자정 5분 전인 오후 11시55분을 가리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과학진보협회 세미나에서 미 프린스턴대의 저명한 기상학자 로버트 소콜로 교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시계 옆에 앉아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핵전쟁 등으로 인한 인류 멸망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지금보다 1분 앞당겨진 11시55분으로 결정됐다. 미국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BAS)는 10일(현지시간) “핵무기 감축 노력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기후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시계의 분침을 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7년 11시55분으로 조정된 이 시계는 2010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핵 위협에 잘 대처한 것으로 판단해 11시54분으로 1분 늦춰졌다. 하지만 이란 핵 위협과 호르무즈 해협 갈등 등 국제 정세가 험악해지면서 2년 만에 다시 당겨진 것이다. 이날 ‘운명의 날 시계’ 조정식에 참석한 자얀타 다나팔라(Jayantha Dhanapala·74) BAS 자문위원(전 유엔 사무차장)은 “미·러 양자 간의 핵감축 노력은 진전됐지만, 중국·이스라엘·파키스탄 등은 여전히 핵실험을 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지구촌의 핵무기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12년은 미국·러시아·프랑스에서 대선이 열리고 중국 지도부가 교체되는 시기인데 새로운 지도자들이 어떤 핵 정책을 펼칠지 아직도 불확실하다”며 이들 핵보유국의 차기 지도자들이 핵 감축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했다.

 시계의 분침 조정은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협의해 BAS가 결정한다. 1947년 종말 7분 전(11시53분)으로 시작한 시계는 지금까지 20번의 조정을 거쳤다. 53년 미·소 양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때가 11시58분으로 종말에 가장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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