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추가조성 국회동의 '정공법'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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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한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올들어 공적자금 소요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추가조성 문제가 상당한 논란을 빚어왔다. 정부내 일각에서 공적자금 추가조성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대세는 국회에서 동의받았던 64조원 범위내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헌재 전 경제팀은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유발해 자구노력을 게을리하게 하는 등 적절치 않다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공적자금 소요액이 자꾸 불어나고 조달방안도 신통치 않아 결국 국회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물론 금융시장을 빨리 안정시키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공적자금 투입

지금까지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금융부실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회동의를 받아 조성된 64조원의 공적자금은 99년말까지 전액 사용됐다. 정부는 지난 7월말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중 21조8천억원을 회수하고 이중 14조8천억원을 재사용해 모두 78조8천억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28조3천억원 규모의 별도자금을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지원함으로써 총 107조1천억원을 투입했다.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한가

정부는 지난 5월 추가자금소요를 30조원으로 추정하고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보다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고 그간의 자금조달계획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공적자금 조달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공적자금 추가발생 주요 요인을 보면 대우 담보 기업어음(CP) 매입으로 3조2천억원, 대우연계콜 처리에 따른 손실부담으로 6천억원정도가 예상되고 있다.

또 아직 정확한 금액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부실종금사 정리 및 종금사 예금인출사태 발생 때 유동성 지원, 은행 잠재부실 처리를 위한 부실채권 매입 및 증자소요, 금고.신협 추가구조조정과 조합형 금융기관의 정상화에 따른 소요 등으로 공적자금 추가조성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은행주 하락으로 2002년 하반기에 정부보유 은행주식을 매각하기로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해 내년까지는 주식매각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회수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추가조성필요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항목별로 정밀 추정작업을 진행중이며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부실책임자 책임추궁 강화
정부가 국회동의를 받아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기로 했지만 모럴해저드라는 부작용을 완전히 털어낼 수는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일(金俊逸)박사는 이와 관련, "공적자금 추가소요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기초로 자금사용 내역과 투입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금융기관 부실책임자에 대한 책임추궁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채무기업주의 불법행위를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간 협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안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을 대신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에 채무기업주를 포함하는 방안과 함께 채무기업주의 부실책임조사를 위한 금융감독위원회와 예보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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