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의혹’ 광주 자살 중학생 부검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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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같은 학교 동급생의 폭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숨진 학생의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고, 휴대전화 통화·메시지 내역 파악에도 착수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12월 29일 오전 9시40분쯤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한 아파트 17층 계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A군(14·2학년)의 자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A군을 상습 폭행한 의심을 받고 있는 B군(14)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고 30일 밝혔다. B군은 경찰에서 A군을 상대로 돈을 빼앗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장난으로 했을 뿐”이라며 상습 폭행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반면 A군의 친구들은 “28일 오전 2교시가 끝나고 B군이 교실에 찾아와 A군을 샌드백 패듯이 때리는 등 B군이 A군을 상습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이 A군에게 담뱃값을 마련하라고 했으며, A군이 700원 밖에 없어 친구에게 담배를 부탁하다 담임에게 적발됐다”고 말했다. A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B군은 키가 1m80㎝에 달하는 등 동급생들보다 덩치가 큰 학생이라고 한다.

 주변 학생들에 따르면 B군은 2학기부터 담배가 떨어지면 우선 A군을 찾았다. B군은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징계도 받았다. 자신도 폭행 피해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담배를 못 구해오거나 돈이 없으면 수시로 맞았으며, 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유족 측은 폭행과 관련한 친구들의 진술을 녹음해 경찰에 전달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이 같은 진술이 잇따랐지만, 경찰과 학교는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후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받은 뒤 다시 경찰서를 찾아 “경찰이 이번 수사를 의도적으로 덮으려 한다”고 항의했다. 그는 “현장에 단추 2개와 담배꽁초 7개가 떨어져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타살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폐쇄회로TV(CCTV)와 여러 정황상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도, 학교 폭력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살 원인을 성적 비관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이 학교 김길환 교장은 “CCTV와 유서라도 나와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 예를 다해 조문하고 정성을 기울였는데 은폐 주장이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이 목을 맨 허리띠를 조사하는 한편 다음 주 초 A군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유족 측이 제기하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그러나 성적 비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군이 평소 친구들에게 성적 고민을 호소했고 사건 발생일을 전후로 기말고사 성적 결과가 가정에 배달됐기 때문이다.

광주=장대석·유지호·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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