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온 ‘힙합계 엄친아’ 버벌진트, 예능도 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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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가수·성우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버벌진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요즘 이 남자, 잘 나간다. 지난해 여름 발매한 4집 앨범 ‘고 이지(Go easy)’로 힙합 매니어를 넘어 대중팬까지 확보하더니 각종 TV 광고와 다큐멘터리 성우로도 맹활약 중이다. 데뷔 11년차 힙합가수 버벌진트(본명 김진태·32) 얘기다. 최근에는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진출했다. JTBC의 ‘당신의 선택! 팡팡쇼’의 금요일 코너 ‘별별상담소’(금요일 오후 7시40분)에는 상담패널 중 한 명으로, ‘퀴즈쇼 아이돌 시사회’(금요일 오후 8시45분)에는 아이돌 스타들에게 시사문제를 출제하는 성우로 고정출연 중이다. 그는 “아직 많이 어색하고 제가 있어도 되는 곳인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기실 그는 ‘힙합계의 엄친아’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와 현재 한양대 로스쿨 휴학 중이다. 가수로는 서울대 경제학부에 재학 중인 2001년 EP ‘모던 라임즈(Modern Rhymes)’를 내놓으며 데뷔했다. ‘버벌진트’란 이름은 ‘언어적’이란 뜻의 영어 ‘버벌’(Verbal)과 본명 ‘진태’에서 나온 별명 ‘진트’(Jint)’를 합친 것이다. 성우로는 2004년 무렵 일하기 시작했다. “케이블 음악채널의 스팟광고를 종종 맡았어요. ‘금요일 오후 8시 ’OOOO‘ 본방사수. 출연진 동방신기, 천상지희…’ 이런 식이죠. 지금처럼 섭외가 집중되기 시작한 건 2년 정도 됐어요.”

 그는 전문성우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톤에도 부드럽고 세련되게 울려퍼지는 그의 내레이션은 한 번 들으면 귀에서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 숫자들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중형차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라는 자동차 광고가 바로 그의 목소리다.

 초창기 그의 음악은 거칠었다. 2004년 발표한 ‘두 왓 아이 두(Do what I do)’에서는 대놓고 ‘힙합 조무래기’들을 비판했다. ‘그따위 실력으로/어떻게 날/건드려 보겠다고/생각했나(중략) 맨날 이 띠벙한/MC들과 상대하기도/나는 지쳐가.’

 “과거엔 주로 저를 화나게 하는 것들에 집중했어요. 힙합이라는 음악의 스타일을 생각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스스로에게 명령어처럼 입력했던 것 같아요.”

 지난 8월 나온 정규 4집 앨범에서는 연애 등 일상사를 주로 다뤘다. 타이틀곡 ‘좋아보여’ 외에도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등 여러 곡이 두루 인기를 끌었다. “특별히 대중성을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 마음이 편해지다보니 음악도 편하고 친절하게 나왔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마음 가는대로 만들게 될 것 같아요.”

 지난달 초 첫 단독 콘서트를 연 그는 팬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싱글 ‘감사감사 고맙고맙’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작업 중인 다음 앨범의 유력한 제목은 ‘고 하드(Go hard)’다. “지금보다 좀 덜 친절한 음악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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