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IT 미래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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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어느 날 이석채 KT 회장은 임원들에게 복사물을 돌렸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장문의 영문 기사였다. ‘떠오르는 기술, IT업계 조사(A survey of Corporate IT : Let it rise)’라는 제목의 이 글은 IT 업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상세히 소개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기술이었지만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세상을 바꿀지 모른다, 클라우드를 주목해서 보라”고 당부했다.

이달 8일 열린 경남 김해 글로벌데이터센터 개소식에서 KT G&E부문장 이상훈 사장(맨 오른쪽)이 서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센터는 서버 1만 대를 수용할 수 있는 700여 개의 랙을 갖췄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지난 12월 8일, 경남 김해시청 인근에서 ‘데이터 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조촐한 행사였지만 김해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데이터 센터는 KT가 일본 소프트뱅크텔레콤과 함께 세운 곳으로 국내외 기업 등의 서버를 운용하거나 중요 자료를 보관한다. 연면적 5450㎡의 센터에는 서버 컴퓨터 1만 대를 수용할 수 있는 700여 개의 랙(rack·데이터 캐비닛)을 갖췄다. 센터는 일본과의 원활한 데이터 송·수신을 위해 KT와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운용 중인 부산~일본 기타큐슈(北九州) 해저 광케이블을 전용라인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KT는 내년에 이 센터에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터넷상에 자료를 보관할 가상 공간을 만들어 일본 기업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 사이에는 정전 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보관 장소로 거리가 가깝고 IT기술이 뛰어난 한국을 선호한다.

KT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지난해 4월 클라우드추진본부를 새로 만들어 스마트폰 기반 개인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상이나 파일 등 개인 자료를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여러 기기에서 열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 천안에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전용 데이터센터(CDC)도 구축했다. 현재 국내 1300개의 기업이 이곳에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업계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향후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기업들 사이에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 기술과 관련한 국제 시장의 규모는 1524억 달러. 연 평균 34%의 고성장이 예상돼 2014년에는 3434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조3000억원이었던 국내 시장규모도 2014년에는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T는 지난달 클라우드 전문 개발사인 클라우드웨어를 설립했다. 단순 인프라만이 아닌 우수한 클라우드솔루션을 자체적으로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KT는 내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클라우드웨어의 R&D센터를 구축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박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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