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못 찾으면 난파 당할라 … 세계 해운업 수송동맹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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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21일 한진해운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1만450원에 마감됐다. 나흘 내리 하락세를 보이다 닷새 만에 반등한 것이다. 다른 해운업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현대상선은 4.5%, STX팬오션은 8.1% 급등했다.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하던 해운주들이 간만에 기지개를 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20일 발표된 세계 대형 해운사들의 ‘G6’ 얼라이언스 결성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세계 해운업계가 큰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해운업체 간 ‘합종연횡’이 전례 없이 큰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유례없는 안팎의 위기가 그간 각개전투를 벌여 온 업체들을 앞다퉈 ‘선사 동맹’의 우산 속으로 끌어들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해운업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고 유가는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공급 과잉으로 운임마저 추락해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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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의 경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생존전략인 셈이다. 짝(선사 동맹)을 못 찾은 업체들은 ‘난파’ 위기에 몰렸다.

 20일 현대상선은 새로운 얼라이언스인 ‘G6’의 출범을 알렸다. 현대상선이 참여하고 있던 TNWA(뉴월드얼라이언스)와 GA(그랜드얼라이언스)가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연합했다. 현대상선을 비롯, 전 세계 6개사가 연대한 G6는 아시아~유럽~지중해 지역에 90척 이상의 선대로 총 9개 항로를 운항한다. 현대상선의 서비스는 기존의 두 배로 확대된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세계 2·3위 업체인 MSC(스위스)와 CMA-CGM(프랑스)이 유럽 및 남미 지역 등에서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초대형 두 선사의 결합은 1위 업체 머스크(덴마크)의 규모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들의 연대와 G6의 결성에 앞서 머스크사의 ‘선전포고’가 있었다. 전 세계 물동량의 16%가량을 점유하고 있던 머스크는 지난 9월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데일리 서비스’ 구축을 발표했다. 총 70여 척의 선박으로 일부 항구를 매일 서비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주 1회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해운업계의 관례를 깨는 것으로 전 세계 선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MSC와 CMA-CGM는 손을 잡았고, 각각의 얼라이언스를 운영하던 TNWA와 GA는 ‘G6’로 맞대응에 나서게 됐다.

 세계 해운업계는 최근 이런 움직임을 향후 해운업계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1만TEU(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급 이상의 초대형선을 많이 보유한 대형 선사 간의 협력 또는 중소형 선사들 간의 얼라이언스 구축과 협력이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선사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업체들은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세계 29위의 중견 선사인 MISC(말레이시아)는 컨테이너 부문 철수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최근 대형 선사 간의 합종연횡은 극심한 공급초과 시장에서 ‘치킨게임(사생결단식 대결)’을 주도해 온 머스크를 견제하는 한편 비용 절감과 선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며 “이럴 경우 어려워진 해운업의 업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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