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서버 팔자 사람보다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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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견공(犬公) 팔자가 가장 비극이라면, 가장 팔자가 좋은 건…?

인터넷 서버가 그 주역이다.

생긴 외양은 집에 있는 컴퓨터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받는 대우는 천양지차다. 서버호텔로 불려지는 IDC전문기업인 IBR의 NPIX센터를 방문해 보았다.

서버가 받는 가장 큰 혜택은 항상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 준다는 점이다. 그 온도는 22도. 사무실에선 에너지절감을 위해 26도를 유지하라고 압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서버가 들어있는 NPIX센터는 난공불략인 요새다. 밖으로 나가서 폭염을 맛보는 일 조차 없으니 시원함의 소중함도 모르고 산다고나 할까.

거기에다 습도까지 맞춰주니, 짜증날 일도, 냉방병이나 감기 걸릴 일도 없다.

혹, 정전으로 에어컨이 멈추는 일은 없을까? 행여 이런 일이 발생할까 봐, 전원은 특별관리 대상중 하나이다. 배터리만으로 1시간 30분동안 전원공급이 가능하고, 지하실의 디젤발전기로 3일동안은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다가 불이 나면 어떨까? 그럴리야 없겠지만, 천정과 바닥위 아래를 분리하여 방화존을 만들어 놓았다. 열감지 및 연기감지 장치와 화재경보 장치가 연계돼 작동함은 물론 하론가스에 의해 완벽하게 화재는 진압되게 된다.

이 모두 좋은데 도둑이 들면 어쩌나? 서버를 통째로 들고 가버리면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도 필요 없을텐데…

서버호텔 NPIX센터에 있는 서버 제왕과 만나려면, 우선 3중 경비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출입문에서 한번, 카드키로 두번, 마지막은 정맥인식시스템이다. 여기에 전문 경비시스템인 SECOM이 가동되고 있고, CC-TV로 동작 감지까지 일일이 녹화를 하며 모니터링을 한다. 급기야 최고의 기술요원들이 교대로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한 시간도 빠지지 않고 보초를 서고 있다.

서버 호텔 침실로 가 보자.
비록 철재이긴 하지만, 수직으로 2m정도 높이의 3단 침대가 있다. 서서 자면(타워형) 3단 이지만, 타고난 체형에 따라 옆으로 누우면(데스크 탑형) 15단까지도 변조가 가능한 다목적용 침대다. 중간 분리대는 100kg까지 커버할 수 있으니 체중이 무거워 두려워 할 이유도 없다.
호텔처럼 스위트룸도 있다. 케이지(Cage) 서비스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독립된 공간이다. 공간의 넓이도 금액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름하여 골드 또는 스페셜라는 이름의 케이지도 있다.

아무리 좋아도 몸이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서버들은 전염병에 대해 특별관리를 받는다. 요즘 돌아다니는 바이러스와 해커들은 아무리 조심해도, 한번 걸리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명성까지 치명타를 입어 자기 호텔에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IDC가 해킹을 당했다는 소문에 NPIX호텔 지배인도 좀더 신경을 써서 서버관리에 여념이 없다.

이를 위해 예방도 열심히 하지만, 만약을 위해 비상약과 구급약도 갖추어 져 있어 안심이다. 직원들이 항상 침입탐지를 수행하다 방화벽을 넘어 들어오는 놈이 있으면 곧바로 투입, 복구작업에 들어간다.

이만한 최고급 시설에 숙련된 기술자들의 서비스까지, 그 자체로도 근사하지만, NPIX센터는 서비스 품질보증까지 실시한다. 서버가 무생물이지만, 이러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보상까지 해주는 제도. 이쯤되면 서버 팔자가 사람보다 낫지 않을는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짜증까지 덧붙여지는 삼복더위. 더위에 지쳐 찬 것만을 찾는 인간들에게 NPIX센터에 있는 인터넷 서버들의 팔자는 분명 사람보다 나음은 물론, 이 보다 좋을 수는 없을 듯 하다. 입주문의가 쇄도 할 만 하다. 그러나, 호텔에 등급이 있듯이 IDC도 회사별로 시설과 서비스의 수준 차이가 있다 하니 입주 희망자들은 각별히 유념하기를…

Joins.com 황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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