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스쿨 다녀온 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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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왼쪽)군과 김준수군은 카네기스쿨에서 유연성 개발 프로그램과 코치 활동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미국의 최대 할인매장 월마트를 창업해 세계최고 갑부가 된 샘 월튼. 그의 성공 비결은 다름 아닌 ‘인사’였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먼저 웃으면 인사를 건넸다. 사업을 하기 전이나 세계 최고 부자가 된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존경했다. 카네기코스에서 인간관계를 배워 성공한 샘 월튼처럼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카네기스쿨을 찾고 있다. 주위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삶의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다.

원숭이 연기로 자신감 얻어

이승훈(서울 당곡중 2)군은 초등학교 입학 때만해도 누구나 아는 개구쟁이었지만 점점 내성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이군은 “초1 때 발표를 하는데 답이 틀리자 친구들이 모두 웃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군은 소심한 아이가 됐다. 4학년부터 교내합창반 활동을 시작했다. 변성기가 오기 전 이군의 고음은 여자 아이처럼 고왔다. 주위에서 다들 음악을 해보라며 권했다. 엄마 박록지(49·서울 관악구)씨도 아이가 무대에 서면 성격이 좀 바뀌지 않을까 싶어 허락했다. 하지만 합창반에서도 이군에 대한 친구들의 놀림은 여전했다. 그의 목소리를 두고 여자같다며 놀려댔던 것이다. 아들의 이런 모습을 늘 안타까워했던 박씨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카네기스쿨을 권유받아 지난 여름방학 카네기스쿨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가장 그를 많이 변화시킨 프로그램은 역할놀이 형식인 ‘유연성 개발’. 사람들 앞에서 동물 흉내를 내거나 과장해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군은 “전에는 남들 앞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특히 춤이나 노래, 말 같은 재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더욱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발표를 잘 못해 친구들이 놀렸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네기에서는 한 사람도 예외없이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 이군은 ‘내 여자 친구 제인을 불러야지’라는 대사를 하며 타잔 흉내를 냈다.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표정을 지으며 연기하자 모두 웃어줬다. 이군은 “나도 남들 앞에서 할 수 있다는 게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카네기스쿨을 다녀온 후 이군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자신이 먼저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이군은 스스로 굉장히 못 생겼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카네기에서 좋은 표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 그가 찾은 표정은 웃을 때 생기는 일자눈매. 이군은 이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는 문제집을 들고 가 풀어달라고 했고, 집이 같은 방향이면 같이 가자고 먼저 다가갔다. 이군은 “얼마 전 친구가 전학을 왔는데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며 “내가 먼저 다가가 학교 설명을 하고 친구들도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카네기를 다녀온 후 이번 학기에 이군은 다른 반에도 1~2명씩 친구를 만들었다. 급식을 먹을 때 자주 마주치는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고 인사를 건넸다. 다른 반에서 준비물을 빌리러 오면 선뜻 자기 것을 내놓았더니 저절로 친구가 생겼다. 이 군은 지난해 성적이 반에서 중간 정도였지만 지금은 10등 안에 든다. 요즘은 친구들이 놀리면 그냥 웃어넘긴다. 이군은 “이제 학교 다니는 게 좋아졌다”며 “마음이 편해졌으니 공부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카네기 코치 활동 후 자신감 붙어

꿈이 개그맨이던 김준수(서울 상문고 1)군은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서 웃기는 이야기나 몸짓하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이나 사촌들을 앉혀 놓고 종종 그만의 무대를 펼쳤다. 하지만 초등학교 진학 후 친구들과 담임 교사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았다.

김군은 독서광이었다.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보다 집에서 책 읽는 것이 좋았다. 선생님께 ‘책 좀 그만 보라’는 지적을 당할 정도였다. 늘 책을 끼고 생활하다보니 수업시간에 선생님 질문에 대답을 척척해내는 것은 김군 뿐이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김군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기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담임교사가 ‘이 아이는 책을 너무 많이 읽으니 단체 활동을 못한다’고 단정 지어버렸다. 친구들의 놀림, 교사의 편협된 평가 때문에 개그맨을 꿈꾸던 김군은 어느 순간 말이 없어졌다. 중1 때까지만해도 전교 50등 이내던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엄마 박선화(46·서울 동작구)씨는 “아이의 성격을 바꿔주고 싶어 초등 고학년부터 리더십 프로그램에 데리고 다녀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카네기스쿨이었다. 다녀온 후 김군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요. 이대로 살진 않겠지요”라는 말을 처음 했다.

카네기를 수료한 후 김군은 코치로 활동했다. 훈련생들을 옆에서 도와주는 일이다. 김군은 프로그램 훈련을 받을 때보다 코치 활동 후 더 달라졌다. 그는 “훈련을 받을 때는 아직 방관자처럼 느껴졌는데 다른 친구들을 도우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 여름방학 내내 코치 활동을 하느라 학원도 포기했다. 김군의 꿈은 법조인이다. 그는 코치를 하면서 요즘 공부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졌다. 수학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져 한 번 정복해보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누군가 “OO 할래?”라고 물으면 “싫어요” 소리부터 하던 김군은 지금 “한번 해보죠”라고 말하는 아이가 됐다.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말을 못했지만 지금은 자신을 변호할 수 있게 됐다. 고마우면 표현도 한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표현하지 않으면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인간관계 원칙 따라해보세요

-비난, 비평, 불평하지 마라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과 감사를 하라
-다른 사람에게 열렬한 욕구를 불러 일으켜라
-다른 사람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미소를 지어라
-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어떤 것보다 기분 좋고 중요한 말임을 명심하라
- 경청하라. 자신에 대해 말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고무시켜라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 제공=카네기스쿨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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