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이트 절반 이상 검색 막아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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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한국의 대통령’을 검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검색 결과 ‘한국의 대통령 업적을 적어 달라’는 한 초등학생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가장 위에 노출된다. 관련 정보를 담은 청와대 공식 사이트(www.president.go.kr)나 국가기록원 대통령 기록관(www.pa.go.kr)의 주요 콘텐트는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구글이나 야후 등에서 ‘US President’를 검색하면 화면 상단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소개 페이지가 나타난다.

 원인은 간단하다. 관련 정부 사이트에서 구글·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 검색 엔진의 접근을 막는 ‘robots.txt’라는 설정을 해놓은 탓이다. 이 설정은 ‘내 사이트 혹은 특정 페이지 정보는 가져가지 마시오’라는 의미다. 16일 본지 조사 결과 총 48개 주요 정부기관 가운데 청와대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외교통상부·지식경제부 등 절반이 넘는 26개 사이트가 이런 방식으로 콘텐트 수집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 자체는 검색이 되지만 그 세부 내용은 바로 찾아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정부민원서비스나 노동부 워크넷, 보건복지부 등 시민들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 사이트들조차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직접 해당 기관의 사이트를 방문해 일일이 세부 항목들을 뒤져야 한다. 귀중한 세금으로 만든 홈페이지를 정작 국민은 편히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처 시스템 관리자는 “이런 설정이 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곳이 많다. 심지어 각종 정보가 알려지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방화벽이 검색 로봇을 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 독도 공식 사이트(www.dokdo.go.kr)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는 독도를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4개 국어(한·중·일·영)로 제작됐다. 그러나 구글(영어판)·빙·바이두처럼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검색 사이트에서는 ‘dokdo’라는 단어를 입력해도 검색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

 공들여 구축한 역사 자료가 검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동학농민혁명 일지나 조선왕조실록 외규장각 도서관리 기록이 대표적이다. 모두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속에 디지털 정보화돼 있지만 네이버·다음·구글로는 홈페이지 외에 자세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고려대 김기창(법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1조 개가 넘은 웹페이지가 있고 매일 새로운 사이트들이 생성되는 상황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정보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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