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아침 ] - '그렇게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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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푸른 제복의

성처녀가 살았다

무트……는 땅이라는 뜻

그 땅에 발붙여 살았다.

45킬로, 몸은 가벼웠는데

지글지글 끓는 지열이 대단했지

샤스커트(스커트 안에 받쳐입는 치마)

속에 온몸이

몸살이었다

몸에 감꽃 같은 반점이 돋고

소년이 성처녀를 베고 누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트……는 춤이었다

살에 박힌 반점들이 모두

일어나 걸었다

그렇게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영태(1936~ ) '그렇게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멋진 춤이었나 봅니다. 저는 겨우 한 번 무용 공연을 봤지요. 존 케이지의 음악에 머스 커닝햄의 춤. 전위적이어서 심심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저더러 실험가라고 합니다. 우리들 삶의 번뇌가 일으키는 몸살이 다 나을 때까지,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새로움을 찾아 지구라는 무대 위를 함께 걸어갑니다. 당신은 성처녀가 되어 앞서 가세요. 저는 소년으로 뒤따르겠습니다.

박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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