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3만개 모은 온천3동 세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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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1만원을 모으는데 2년이 결렸다. 매일 소주병 뚜껑 30∼40개씩 주워 모았다가 고물상에 내다 팔다 보니 그렇게 됐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3동 주민 김경천(48·새시 시공업)·김용덕(44·자동차 정비소)·정명자(50·여)씨 등 3명은 2009년 12월부터 소주병 뚜껑을 모으기 시작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소주병 뚜껑은 재활용 가치가 큰데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게 동기다. 병뚜껑을 모아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데까지 의견이 진전했다.

 이후 이들은 식당을 갈 때마다 버려지는 병뚜껑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들이 궁상(?)을 떨며 병뚜껑을 찾아 헤매는 것이 소문나면서 일부러 병뚜껑을 챙겨오는 이웃도 늘어났다.

 김경천 씨가 가게에 쌀 자루를 걸어두고 병뚜껑을 모으기 시작하자 몇 달 새 다섯자루가 모일 정도였다. 무게로는 50㎏. 병뚜껑 한 개가 1.53g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자그마치 3만2000여 개의 병뚜껑이 모인 것이다. 이 병뚜껑은 ㎏당 1600원에 팔렸다. 알루미늄 병뚜껑 시세는 1㎏에 900원 정도다. 김씨 등이 병뚜껑을 모아온 사연을 들은 고물상 주인이 ㎏당 700원을 더 쳐준 결과다.

 이렇게 병뚜껑을 고물상에 판 값은 8만원. ‘병뚜껑 3총사’는 각자 1만원씩 더 보탠 11만원을 만들어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이 돈은 홀로 어렵게 생활하던 박모(76) 할머니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내년에도 ‘사랑의 병뚜껑’을 계속 모으기로 했다.

 박 할머니를 보살피는 온천3동사무소 류세진(28)사회복지사는 “11만원을 모은 과정을 전해 들은 박 할머니가 너무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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